[소재부품칼럼]시스템반도체 생태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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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사상 처음 2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생산액은 2012년 446억달러에서 2013년 515억달러로 증가했다. 그 결과 세계 시장 점유율이 14.7%에서 16.2%로 확대됐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개발을 시작한 지 30여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러한 성취에도 우리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시장 점유율 2위 달성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일본 반도체산업의 몰락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매각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12년 17.5%에서 2013년 13.7%로 떨어졌다. 그 결과 3위로 밀려났다. 1990년대 초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일본의 몰락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우리나라가 사회·경제 전반에서 일본의 추세를 따라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반도체 산업 또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새로운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우리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고려할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메모리 편중이다.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메모리 반도체의 4배 이상이다. 향후 연간 5%가 넘는 견고한 성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확고한 1위를 유지하는 반면에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5.8%에 불과하다. 2012년 점유율 6.1% 대비 2013년에는 그 비율이 더욱 낮아졌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4% 이하로 내려간다.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기업인 팹리스들의 국가별 분포를 보면 세계 상위 30대 기업 가운데 미국 기업이 14개다. 대만·중국·일본·유럽이 각각 7개, 3개, 2개, 3개다. 우리나라는 한 개 기업만이 포함됐다. 국내 상위 10개 기업의 2012년 매출은 미국 1위 기업 퀄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1억달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시스템 반도체를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TV·자동차 등 생산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매우 유리한 여건을 갖췄다. 반도체 제조 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기술만 확보된다면 수요기업-설계기업-생산공장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해 경쟁국을 앞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영세한 우리 설계기업들이 대기업 중심의 수요 기업과 생산 공장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어서 유리한 환경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 설계 기업들이 국내 수요 기업과 생산 공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수요-설계-생산을 연결하는 촉매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25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위로 끌어올려 ‘세계 시장을 질적·양적으로 선도하는 반도체 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 ‘반도체산업 재도약 전략’을 세웠다. 설계 회사가 국내 수요 기업과 생산 공장에 필요한 미래 지향적 원천 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13대 미래성장동력산업 육성 및 산업엔진 프로젝트 계획 또한 시스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각 미래 산업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반도체 수요를 파악하고 기술을 육성한다면 수요-설계 기술 간 생태계가 정착돼 우리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한단계 더 발전할 것이다. 발전 결과가 다시 미래산업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가 견고해지면 시스템 반도체 산업과 이를 사용하는 미래 성장 산업이 상호 시너지를 일으키며 동반 성장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한걸음 더 나아갈 것으로 기대해본다.

이혁재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시스템반도체PD hjlee1825@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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