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가상현실`의 선도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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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개봉한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 코브는 꿈이라는 무의식 속에서 현실세계를 조작한다. 이 같은 발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순한 상상이었으나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스페인 프로축구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코치가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선수들의 패스 성공률, 공 점유율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한 것이다. 상상 속에 있던 모습이 실제 축구 경기장에 등장한 셈이다. 이런 영화 같은 일이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사용자경험(UX) 관점에서도 진일보한 편의성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머리속에서 상상하는 것이 실제 구현되도록 하는 기술과 현실세계의 물리적인 장치들을 연계하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면 고위험·고비용이 요구되는 가상현실 훈련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한 융합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촉각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햅틱,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콘텐츠 제작, 입체영상을 통해 시각적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3차원(3D)·4D, 가상세계를 실제상황으로 모의하는 로봇, 실제 사용자인 사람과 가상세계의 객체가 상호작용하는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등이 상상을 실체화하는데 필요한 기술들이다. 이러한 기술을 다양하게 융합,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게 가상현실 산업이다.

앞서 구글 글래스 예에서 보듯 가상현실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왔다. 글로벌 시장은 점차 커져가고 있고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외 시장 분석자료에 따르면 가상현실 훈련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2015년 601억달러에서 2018년 884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상현실 훈련 산업과 연관된 서비스는 단순 조작·정비 등 직무교육에 한정됐으나 점차 기계설계·의료·스포츠·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향후에는 그 적용 수준도 점점 높아져 환경·재난 안전분야 등으로 영역이 확산될 것이다. 여기에 가상현실 기술을 원자력발전소·화재 사고 같은 고비용·고위험 훈련 분야에 접목시킨다면 파급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따라서 관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먼저 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 관련 산업을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민간 주도의 시장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아바타·3D 기술을 활용한 가상공간 개념이 도입됐다. 그러나 장기적 비전이 없어 단순 체험이나 게임 분야에 국한됐고 시장 규모도 영세하다.

둘째,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산·학·연·관 협의체를 활성화하고 정부가 주도해 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가상현실 훈련 시스템 테스트베드를 구축, 기업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우리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활용해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국가 차원에서 시장을 이끌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고 창업을 지원해야한다.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인력 확보와 창업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과거 산업화에 한참 뒤처졌던 시절 우리는 모든 경제 주체가 힘을 모아 어려운 환경을 극복했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산업에서도 그때 만큼의 노력으로 추격자(Fast Follower)를 넘어 시장선도자(First Mover)가 되기를 기대한다.

윤명현 전자부품연구원 정보통신미디어연구본부장 mhyoon@ke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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