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창조경제 이끌려면 제작자와 저작권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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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미디어시장은 9억30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대형 인수합병에 관심이 쏠렸다.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이 최근 급격히 성장한 방송 콘텐츠 제작사 올스리미디어에 인수를 제안한 것이다. 대형 딜의 뒤에는 머독과 함께 글로벌 미디어시장을 양분하는 데이비드 자스라프 디스커버리 회장이 있다.

자스라프 회장은 올스리미디어 인수와 관련해 확답은 피하면서도 “디스커버리의 관심은 콘텐츠 생산으로 장기적 수익을 내는 데 있다”며 “성장하는 글로벌 유료 방송 콘텐츠 시장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간 채널 시장 확보에 관심을 쏟았던 글로벌 기업이 방송콘텐츠로 눈을 돌린 셈이다. 더불어 2000대 초반까지 내수에만 의존했던 영국 외주 제작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근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미국 기업이 영국 제작사에 관심을 쏟는 데는 2003년 이후 영국 공영방송을 규제하는 커뮤니케이션법(방송법)이 통과되면서 제작사가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창수 판미디어 대표는 “영국도 2000년대 초반까지 열악한 자본과 인력으로 인해 시장이 오히려 위축되는 상황을 겪었지만 2003년 방송법이 통과된 이후 제작사들이 성장하면서 창조적 방송콘텐츠 포맷을 만들어내면서 성장했다”고 말했다.

개정 방송법은 공영방송시장에서 저작권을 방송사가 아닌 제작사에 주는 게 골자다. 이후 영국방송법은 판권 대부분을 외주제작사가 갖도록 했고 외주제작 비율도 25%로 늘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정부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제작사에 8500만파운드를 직접 투자했고, 방송사 지급에 앞서 제작 운영지원금을 풀었다.

방송사의 거센 반발에도 통과된 법은 이후 영국 방송콘텐츠 시장의 질적 성장을 이끌었다. 제작사는 수출로 다양한 자금을 유입시켰고 이익은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에 재투자돼 방송콘텐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방송사로서는 제작사의 수출 수익 증가는 비용상승 부담을 낮추면서도 IPTV, 유료채널 등 새로운 경쟁상대와 맞붙는 시장에서 조력자 역할을 했다. 결국 영국 제작사가 소유한 지식재산권이 해외시장에서 추가 수익을 만들고 판권 소득은 제작 작업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국내에서도 저작권을 방송사가 아닌 외주제작사에 저작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계약관행을 넘어야 한다. 김찬동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팀장은 “저작권은 거래상대방 양자 간 계약이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할 여지가 적다”면서 “외주 발주 소프트웨어나 공모전 등에서 개발자와 창작자에게 저작권을 주는 것이 보편화된 만큼 방송콘텐츠도 제작자에게 저작권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저작권 분배는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주제작사가 창조적인 기획력과 아이디어로 규모와 경쟁력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도 열릴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작사의 능력을 키울 때”라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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