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산업계 의료기기 국산화 엇박자, 수년째 `제자리`…현실적 대책 시급

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의료기기 국산화를 적극 추진했지만 정부와 의료계, 의료기기산업계가 엇박자 행보를 보이며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다. 세계 최고의 의료서비스 수준을 보유하고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수술과 진단에 사용되는 상당수의 의료기기는 외산에 의존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119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고가 장비인 영상의학 의료기기 사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77.4%가 외산 제품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3.1%는 외산과 국산 장비를 병행 사용하고, 국산장비만 사용하는 종합병원은 9.4%에 불과하다. 고부가가치 장비일수록 외산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자기공명전산화단층촬영장치는 92.0%가 외산장비를 사용한다. 3.5%는 외산·국산 장비를 병행 사용하고, 4.4%만 국산장비를 사용한다. 초음파영상진단장치는 80.2%가 외산장비를 사용하고 국산장비 사용은 5.2% 정도다. 유방촬영용엑스선장치, 골밀도측정기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범정부 차원으로 의료기기 산업 육성방안을 마련, 시행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2015년 세계 10대 의료기기 강국으로 성장했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도 세계적인 의료기기 업체가 없다. 대부분 매출액이 10억원에도 못 미치는 영세한 기업들이다. 수출이 늘어난 반면에 수입도 크게 늘어 수입의존도가 오히려 지난 2007년 대비 증가했다. 지난 2007년 61.4%였던 수입의존도가 2012년에는 63.8%로 늘었다.

이처럼 의료기기 국산화가 더딘 것은 정부 정책과 의료계·의료기기 산업계의 노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의료기기 국산화 사업은 매번 시범사업에서 그쳐, 실제 상용화로 연결되지 못했다. 종합병원을 비롯한 의료계도 신약개발에는 제약업계와 적극 협업하지만, 의료기기 개발에는 소극적이다. 의료기기 업체는 검증된 임상자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종합병원은 동일한 성능을 가진 같은 의료기기라도 해도 국산 의료기기를 신뢰하지 않는 등 산업 선순환의 구조를 함께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악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기기업체 대표는 “정부 주도로 의료계와 의료기기 산업계가 국산화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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