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정부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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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후 안전에 대한 대중의 시각이 달라졌다. ‘안전은 저절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주말에는 안전체험관에 사람이 몰리고, 위기시 대처법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식당에 가면 비상구부터 확인하고, 미리 자가용 검사를 받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이런 변화가 반가우면서도 씁쓸함이 남는다. 변화의 기저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함·무책임함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우리가 새삼 깨달은 것은 ‘정부가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일지 모른다.

SNS에도 정부 불신의 분위기가 만연하다. 사실 여부를 차치하고 각종 기사와 소문을 게재하며 ‘우리가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고 한탄한다. 세월호 참사로 나타난 정부 불신은 비단 안전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을 메웠던 안타까움과 애도에는 어느새 분노가 섞였다.

정부 부처 공무원이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그들은 직·간접적 책임자인 동시에 일반의 감성을 가진 시민이기도 하다. 사석에서 “우리가 그동안 너무 안이했다”거나 “다 뜯어 고쳐야 한다”는 공무원의 자기비판에는 나름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러나 국민이 이들의 진심을 믿는 것은 별개 문제다. 밑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서 정부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피해자 보상, 국가안전처 신설, 안전 예산 우선배정만큼이나 시급한 정책과제는 정부 신뢰 회복에 대한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잊혀짐’이다.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 없이 국민의 망각에 기대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다. 그동안 재난·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보여줬던 방식이다. 이번에도 같은 선례를 남긴다면 포화된 불신은 어떤 행태로든 반드시 되돌아온다.

한 정치평론가가 말했듯 우리나라는 세월호 사고 이전과 이후로 나눠져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부는 아는 것일까.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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