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내부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 확대와 그룹 지배력 강화 방식에 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부회장이 향후 3세 경영체제 이후에 그룹 핵심 아이템으로 꼽히는 전자와 금융 부문을 담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큰 두 축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전자계열사’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금융계열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다. 이 부회장은 현재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를 갖고 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 지분은 각각 8.4%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이용해 삼성생명을 지배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심은 삼성생명의 지분 구조변화다. 현 구도에서 삼성그룹 전자와 금융 부문 중간에는 모두 삼성생명이 위치한다. 삼성생명 지분은 이건희 회장이 20.8%를 갖고 있다.
향후 경영승계 과정에서 이 지분의 증여나 상속이 이뤄진다면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이를 인수하는 데 드는 비용(세금)을 충당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삼성생명 지분을 일정부분 승계 받게 되면 이 부회장은 전자와 금융 계열사를 큰 부담 없이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삼성이 원하는 시나리오는 삼성생명을 중간지주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법 개정으로 은행이 아닌 금융투자회사나 보험회사에 기반을 둔 지주회사는 일반 자회사를 거느릴 수 없게 됐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강화하자는 목적이다.
삼성생명이 중간지주회사가 되려면 삼성전자 지분(7.6%)를 모두 매각하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만 약 15조원으로 추산된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 이를 매입할 여력이 있는 곳이 뚜렷하지 않고 이를 시장에 매각하면 삼성전자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큰 비용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삼성생명이 갖고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에버랜드 등이 인수하거나 삼성생명을 중간지주회사로 두지 않는 방법 등 여러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재계는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 중심의 전자·금융 부문 지배구조를 우선 탄탄히 한 후 다른 계열사 지분 정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중요한 이 부회장의 역할을 먼저 확고히 한 후 삼성 주변 계열사 정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