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가까운 희생자가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로 정부 재난대응체계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정부의 재난대응체계에 대대적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국가안전처 신설 등 재난대응체계 확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더 이상 부실한 재난대응으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적 재난 시 대응 역할을 컨트롤할 수 있는 조직과 기능이다. 부처별로 구축돼 상호 연계가 이뤄지지 않은 재난관리시스템도 통합해야 한다. 구축만 되고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재난관리시스템의 통합 운영이나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위한 법 정비해야
국내 재난대응체계는 크게 인적재난, 화재·자연재난, 해상재난 등으로 구분돼 있다. 폭발·붕괴·교통사고·환경오염 등 인적재난은 안전행정부가 재난대응을 총괄한다. 해일이나 선박사고 등 해상에서 발생하는 해양재난은 해양수산부가, 홍수·가뭄·지진 등 자연재해나 화재로 발생한 재난은 소방방재청이 담당한다.
상황에 따라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교육부, 환경부, 문화재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 상당수 기관이 재난대응에 참여한다. 최근 발생한 재난은 복합적이어서 특정 부처가 재난대응을 총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과거 대구지하철 화재사고나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처럼 특정 부처가 재난대응을 총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재난별로 주무부처가 나뉘어 있고 협업이 이뤄지지 않는 체계에서는 대형 재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범정부적 재난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배경이다. 정부는 세월호 침몰 사고 대책으로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안전처를 설립, 산재된 재난대응체계를 통합하고 국가적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적 재난 컨트롤타워 조직 설립과 함께 관련 법률도 정비해야 한다.
정상만 한국방재학회장은 “현재 산재된 재난대응체계는 지난해 무리하게 통과시킨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원인이 있다”며 “이 법이 통과되면서 분산된 현재의 대응체계를 갖추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법·제도 정비와 함께 명확한 컨트롤타워로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능과 권한, 인력도 부여해야 한다. 안행부는 인적재난 시 중앙재난대책본부를 이끌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기능과 권한이 없어 다른 부처를 조율하지 못했다.
◇산재된 재난관리·신고시스템 통합해야
산재된 재난관리시스템 통합도 필요하다. 재난관리시스템은 소방방재청, 안전행정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환경부, 경찰청 등 다양하게 나뉘어 구축돼 있다.
재난 발생 시 관련 부처 간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소통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동일한 재난에 대한 동일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민간 기업에서 사용하는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시스템이 재난관리에도 적용돼야 한다. 재난대응 책임자들은 재난관리BI시스템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 즉각 대응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IT업계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재난 현황에 대한 데이터와 과거 데이터를 확인하면 곧바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러 정보시스템에 나뉘어 수행되던 재난관리 기능 통합도 필요하다. 크게 육지·해상·인적 재난시스템으로 구분하더라도 영역 내에서의 정보시스템은 모두 기능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현 해양수산부의 재난관리시스템처럼 선박·어선·자연해양 등 시스템별로 재난기능이 산재돼 있으면 안 된다. 육지·해상·인적 재난관리시스템들도 데이터가 공유될 수 있도록 연계돼야 한다.
각종 신호시스템도 통합돼야 한다.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도 문제로 지적된 119시스템과 122시스템이 통합돼야 한다. 통합 직전에는 서로 시스템을 연계, 신호 내용에 따라 실시간으로 해당 기관에 신고접수가 이뤄지도록 갖춰야 한다.
재난관리시스템 운영에 철저한 감사와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재난관리스템 매뉴얼이 없다 보니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놓고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며 “심지어 장애 발생 후 방치해 놓은 시스템도 있다”고 전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