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교육기업을 취재하다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수학 교육 관련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그 기업에서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직원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초과정을 3개월간 교육시킨다는 것이다.
수학 문제를 제작하는 인력에게 프로그래밍 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의외였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이퍼링크 방식으로 단계별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로서는 프로그래밍을 직접 가르치면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콘텐츠 제작 인력이 대부분 수학 전공자기 때문에 알고리즘 방식의 프로그래밍 교육을 한 후 3개월 만에 기초적 프로그래밍을 직접 처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 성공사례를 들으니 얼마 전 만난 컴퓨터 교육 전공 교수의 말도 생각이 났다. 흔히 생각하는 컴퓨터 교육이나 정보 교육은 컴퓨터의 기능이나 기초 프로그래밍만을 의미하는 수준이 아니라 계산적·수학적 사고 능력 전반을 키워주는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컴퓨터의 가장 중요한 능력을 여러 가지 입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산이며, ‘선택(결정)’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학생들이 컴퓨터 교육으로 배우는 것이 단순히 컴퓨터나 인터넷의 서비스의 기능을 이해하고 배우는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정보와 규칙 사이에서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상식이 컴퓨터 교육이라는 의미다.
PC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까지 스마트기기가 일상화되면서 더 이상 따로 컴퓨터 교육이 필요하냐는 회의론이 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제대로 스마트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소양교육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도덕이나 윤리를 당연히 배우는 것처럼 생활의 일부가 된 컴퓨터와 스마트기기의 논리체계를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현대는 복잡화된 사회 영역에서 얼마나 제대로 된 정보를 취사선택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로 능력이 결정된다. 컴퓨터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