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스웨덴의 산성비가 영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미 1950년대부터 스웨덴뿐 아니라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전 지역이 산성비 피해를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후 OECD 연구 결과, 대기오염물질이 국경을 넘어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그 결과 1979년에 ‘월경성 장거리이동 대기오염 협약’이 체결됐고 1983년 발효됐다.

1990년대 초반부터 인도네시아는 산불 연기로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피해를 줬다. 이 현상은 거의 매년 발생해 1997년에는 93억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다. 2002년 동남아 국가들이 ‘아세안 월경성 연무 협정’을 체결했으나 주요 원인국인 인도네시아는 아직 비준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겨울 한·중·일 동북아 3국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빈발했다. 우리나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사례가 2012년 3회에서 2013년 22회로 크게 늘었다. 중국의 피해는 더 심각해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손잡고 걷는 연인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일본도 서쪽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지난달 29일 한·중·일 환경장관(중국은 차관)이 대구에서 만났다. 이날 3국 장관회의의 가장 큰 이슈는 미세먼지였다. 미세먼지에 의한 월경성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3국은 처음으로 합의를 이뤄냈다. 내년부터 2019년까지 3국은 우선적인 협력 분야로 ‘대기질 개선’을 포함했고, 그 후속조치로 각국의 대기질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공동 행동계획을 내년도 환경장관회의 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대기오염 방지정책과 모범사례 공유, 대기오염 저감기술 교환 등이 추진되며 지난 3월 열렸던 ‘3국간 대기오염 정책대화’도 매년 열린다.
3국 환경장관회의와 별개로 열린 한·중 양자회담에서는 ‘대기오염물질 관측데이터 공유’ ‘대기오염 예보모델 공동연구’ ‘과학기술 인력교류’ 등을 위해 상호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한중 환경협력 양해각서’에 반영해 추진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중국과의 협력 범위를 넓히기 위한 신뢰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에는 국경이 없다. 과학적 정보가 충분히 축적되기 전까지는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도 어렵다. 원인이 밝혀져도 해당 국가가 이를 인정하기 쉽지 않다. 실질적인 협력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이유다. 유럽의 사례를 보아도 문제 인식부터 협약발효까지 약 20년이 걸렸다. 동남아시아의 사례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한·중·일 최고위급 환경회의의 합의는 매우 고무적이다. 최근 중국이 환경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전망을 밝게 한다. 지난해 9월 중국은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향후 5년간 대기오염문제 해결을 위해 총 1조7000억위안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에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환경보호법’을 전면 개정해 ‘환경보호’를 중국의 기본 국책으로 정하고 보호우선의 원칙을 제시했다. 오염배출 기업의 벌금 상한선을 없애고, 환경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와 참여권, 감독권을 보장하면서 환경정보 공개에 관한 규정도 구체화했다. ‘세계 환경의 날’인 6월 5일을 자국의 ‘환경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은 환경문제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내비쳤다.
미세먼지 문제에서 한·중·일은 비교적 신속하고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정부 차원의 협력은 물론이고 환경산업계 등 민간 차원에서 기여할 부분도 많다. 더 많은 과학적 연구와 외교적 노력을 바탕으로 이번 회의의 성공이 3국의 미세먼지 문제 해결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유제철 환경부 국제협력관 jecyoo@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