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7년 프라하에서 초연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는 아름다운 아리아들로 가득하다. 모차르트는 테너가 아닌 바리톤에게 27세 젊은 바람둥이 주인공 역을 맡기면서도 제대로 된 아리아를 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돈 조반니는 자신과 짝이 되는 수많은 상대역의 아리아와 환상적으로 변신하며 연기한다.
하인이 부르는 ‘카탈로그의 노래’에는 돈 조반니가 농락한 여자들의 리스트가 나온다. “이탈리아 여자가 640명, 독일에선 231명, 프랑스 여자가 100명, 터키 여자는 91명, 홈그라운드인 스페인에서는 천명 하고도 셋. 온갖 신분, 갖가지 생김새, 별별 연령층의 여자가 다 있죠.” 결국 돈 조반니는 ‘기사장 귀신’에 의해 지옥으로 끌려가며 처절한 최후를 맞으며 극은 막을 내린다.
바람둥이 하면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를 빼놓을 수가 없다. 신과 인간 여성을 넘나들면서 변신을 거듭하며 수많은 여성의 마음을 속이고 환심을 사서 바람 피우기를 거듭한다.
창업가들 역시 바람둥이 기질이 많은가 보다. 여자친구(잠재 고객)를 애인(고객)으로 만드는 데까지만 공을 들이고(customer aquisition), 일단 애인이 되고 나면 딴 애인을 찾기에 급급해 한다. 사업의 성공은 사랑을 고백해준 애인을 감동시켜 확실한 관계를 만드는 것(customer retention & engagement)이 기반인데.
랜딩 페이지에 관심 있다고 메일주소를 남긴 잠재고객 리스트는 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과 미팅과 인터뷰를 한다. 관심의사를 밝힌 잠재고객과 만나 문제점과 기대가 무엇인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 기껏 관심을 갖는 것은 페이지뷰(PV)나 방문자 숫자(UV) 혹은 메일 숫자들만 체크할 뿐이다. 사람을 숫자로 치환해버리고 정작 고객과 고객의 마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제품 또는 서비스를 개시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궁극의 사업이 아니라고 한다. 다음 단계와 또 그 다음 단계로 갈 징검다리 일 뿐이다. 신규 사업에만 관심이 있고, 기존사업을 혁신하는 것은 따분해 한다. 지금 파트너는 즐기는 상대일 뿐 결혼 할 상대는 아닌가?
도대체 당신의 궁극적 파트너는 누구인가? 창업가들이여 마음을 정하라.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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