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황창규호 100일, 3S 경영 시동…낙하산 막고 본연 경쟁력 확보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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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은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황 회장은 취임 이후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한 가운데 내부 혁신에 골몰했다.

황 회장이 취임할 당시 KT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었다. 전임 경영진이 검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물러났고 조직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경험했다. 경쟁사에 비해 최대 3배나 많은 조직을 짊어졌지만 해결책은 구조조정 외에는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황 회장에 대한 개인적 불신도 상당했다. 통신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이 가장 아픈 평가였다. 비 KT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계속 따라붙었다.

자존심 강한 조직을 과연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왔다. 여기에 개인정보유출, 사상 최대 사업정지라는 악재까지 터져 나왔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KT는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1차 구조조정을 마쳤다. 황 회장의 100일 개혁은 ‘무색유취’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요란한 활동은 없었지만 핵심 내부 과제인 조직 개편에 과감하게 메스를 댔다는 평가다. 앞으로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끊임없이 제기된 낙하산 인사 논란을 얼마나 슬기롭게 막아내고 KT 본연의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과제라는 지적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업정지’ 초반 악재 속출

황 회장은 지난 3월 7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취임한 지 불과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고개를 숙인 것이다.

황 회장은 이 자리에서 KT 개인정보유출 사태에 “변명의 여지가 없고 더없이 수치스럽다”며 “과거 잘못된 투자와 정책을 바로잡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사실상 전임 경영진에서 발생한 일이었지만 대국민 사과 형식으로 빠르게 입장을 표명했다”며 “내부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이 본인 재임기간 중에 벌어진 개인정보유출 사고에 사장급을 내세워 사과와 대책 발표를 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는 것이다.

3월부터는 손발이 묶이는 사업정지 처분을 당했다. 정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에 각각 45일간 사업정지를 내리는 사상 최대 행정처분을 내렸다. 사업정지 마지막 순번인 KT는 3월 13일부터 4월 26일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정부에 소환돼 ‘CEO직 박탈’이라는 경고도 받아야 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3월 초 이통 3사 CEO를 불러 “불법행위가 다시 나오면 제재 범위를 CEO 개인에 대한 처벌까지 연계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CEO 개인을 고발해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는 의미였다.

취임 100일도 되기 전에 온갖 풍파를 겪은 것이 황 회장에게 오히려 득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부실한 운영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은 오히려 황 회장에게 개혁 명분을 쥐어줬다”며 “45일간 사업정지 기간 동안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빠르게 조직을 리빌딩하는 기회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취임 초기 불거진 일련의 사태가 황 회장 경영 실책라고 보기 힘들다는 여론을 만들었고, 이를 오히려 기존 시스템을 뜯어고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속도 내는 황창규식 ‘스피드’ ‘심플’ ‘싱글’ 경영

황 회장은 취임 초기 KT 출신들을 경영 일선에 전면 배치하며 ‘책임 경영’을 내세웠다.

임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하되 공과를 따져 신상필벌은 명확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황 회장은 지난 몇 년간 투자 대비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당초 계획보다 큰 비용이 들었지만 완성하지 못한 대형 프로젝트를 조사해 관련 임원 약 15명을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황 회장 취임 직후 133명에 달하던 임원 숫자가 95명으로 28% 줄었다.

구조조정에 앞서 임원 보수를 줄인 것도 눈에 띈다. 황 회장은 2월 비상 경영을 선포하며 CEO 기준급 30%를 반납했다. 임원들도 기준급 10%를 반납키로 결정했다. KT 관계자는 “황 회장 연봉은 전임 CEO 대비 약 60% 이상 감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원 보수를 삭감한데 이어 4월 8일에는 특별 명예퇴직 단행을 선언했다. 전임 CEO가 2009년 1월에 취임해 같은 해 12월 명예퇴직을 시행하기까지 1년 가까이 걸린 데 반해 취임 70여일 만에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약 8000명의 직원이 명예퇴직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반발이 있었지만 상당한 수준의 보상책을 제시해 일단 빠른 시간 내에 몸집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며 “추진력이 상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회장의 취임 이후 행보는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스피드) △조직 슬림화(심플) △본사 중심 그룹 경영(싱글)으로 정리된다.

KT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에 비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그동안 외부에서 제기하던 문제들에 일단 화답한 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100일 이후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정권 입김에 흔들리거나 기대려는 전임 경영진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황 회장은 최근 KT스카이라이프 사장에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선임하고 KT샛 사장에 `서강바른포럼` 공동회장 출신을 임명하며 ‘낙하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결국 KT와 정권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황 회장의 최종 과제가 될 것”이라며 “사소한 불찰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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