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수업목적보상금제도 시행, 저작권 보호 사각지대 해소

모 대학에서 교수가 수업용으로 출판사가 만든 저작물의 일부를 발췌해 복사한 후 학생에게 배포했다면 이는 저작권법을 위반한 걸까. 한 원격대학에서 정식으로 발행된 교재 외에 다른 동영상을 활용했다면 이는 저작권법에 저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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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모두 저작권법 위반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작년에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보상금제도를 받아들이면서 이런 사례도 면책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초 개정 고시한 규정에 따라 대학과 보상금수령단체간 약정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학교에서 수업을 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 교육의 공익적 성격을 고려해 저작권자의 사전허락 없이 저작물을 우선 이용하고 이후 보상금 지급을 의무화한 것이다. 제도시행으로 대학과 교육청 등 교육기관은 저작권자에게 사전 허락을 받지 않고도 수업목적을 위한 저작물의 복사·전송·복제 등 저작물의 이용이 가능해진다. 2009년 개정저작권법이 시행되고 3년만에 대학이 보상금제도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수업 목적 때도 저작권을 보상하는 이유는

국제 조약인 베른협약에 의해 모든 저작물은 일반 재산권과 동일하게 타인에게 침해받지 않는 배타적 권리를 갖는다. 권리자 입장에선 건물이나 땅 같은 부동산처럼 매매와 임대가 가능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 창작에 대한 재산 가치를 인정하는 셈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교육이나 사회적 공공의 복지 등 공공의 목적에 한해서는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 교육기관에서 수업을 목적으로 사진이나 동영상, 시·소설·수필 등 어문, 그림, 악보 등 저작물을 사용할 때는 복제하거나 배포, 공연, 방송, 전송의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그예다. 수많은 저작물이 교육을 통해 활용되면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사회를 유지하고 후발 창작자를 키워, 저작물 유통에 선순환을 이끌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에서는 두 가지 방식으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다. 일례로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음악수업을 목적으로 교과서 외부의 악곡을 전송받아 이를 복제해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저작권자에 직접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음악교육을 통해 창작자의 권리 훼손보다 사회적으로 얻어지는 실익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고등학교 이하 교과용 도서는 창작자에게 대가를 지불하도록 교과용 보상금제도가 있다. 교과서에 우선 저작물을 개재하고 추후 보상하는 제도다. 교과용 도서 보상금은 고등학교 이하 교육기관에 적용된다면 대학이상 교육에는 수업목적보상금제도가 적용된다. 개별 저작물마다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을 받도록 한다면 학교의 시간적·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못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도입 목적이다. 수업목적보상금제도를 통해 저작물 이용 부담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대학들 수업목적 보상금 얼마나 내나

수업목적보상금제도의 취지와 달리 대학은 제도 도입을 강력히 반대했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보상금제도가 저작자에게 돌려주는 비율이 낮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이를 찾지 않는 미분배 보상금이 늘어나면서 정부수입은 늘지만 반대급부로 대학 부담은 늘고 저작권자에게는 실익이 없다는 게 요지다.

문화부는 “제도의 취지는 정부의 수입 증가가 아니라 수업목적 때에는 이용자의 편의를 늘려주는 동시에 저작권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결국 양측의 주장은 지난해 대학이 제기한 행정소송을 법원이 기각하고 문화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대학 측은 정부가 지정한 보상금 수령 단체인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와 계약을 통해 정부가 고시한 새로운 기준의 보상금 체계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부가 제시한 보상금 기준은 두 가지다. 하나는 포괄방식으로 학생 1인당 일반대는 1300원, 전문대 1200원, 원격대 1100원을 납부하면 된다. 다른 하나는 종량제 방식으로 어문 저작물은 A4 용지 1장당 7.7원, 음악 1곡당 42원 등 저작물별로 마련된 고시에 따라 내야 한다. 포괄방식으로 할 경우 대학 전체가 지불할 연간 보상금은 3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정홍택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 이사장은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에 대한 보상금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대학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며 “수업목적보상금 제도가 정착되면, 저작권에 대한 침해 우려 없이 다양한 최신 저작물을 수업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돼 대학들의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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