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김중조 제주대 석좌교수

올해 나이 70. 공자는 이 나이를 마음이 원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다며 ‘종심소욕 불유구(종심)’라고 불렀다.

은퇴한 지 5년이나 지났지만 김중조 제주대 석좌교수(에드워드코리아 명예회장)의 활동은 경영 일선에 있었을 때 만큼이나 의욕적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업이 아닌 후배와 산업을 지원하는 일이다. 왕성한 활동을 하는 김 교수를 본 이들이라면 ‘종심’, 이 한마디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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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뒤 가장 바람직한 삶의 모습은 무엇일까 오래 전부터 고민했다”는 김 교수는 산업계 후배들과 제주대 학생들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무척 ‘즐겁다’고 표했다.

그가 하는 일들은 생각보다 많다. 몇 년째 그 깊이도 더해 간다. 김 교수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공헌하기 위해 창안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주포럼(반디포럼)’은 올해로 벌써 4회를 맞는다. 반디포럼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최강국인 한국에서 국내 업계가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에 김 회장이 처음 고안했다. 김 교수가 몸담았던 에드워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진공펌프를 만드는 회사다. 내달 23일 제주대에서 열리는 반디포럼은 이제 제주대가 주최하고 있지만 보다 풍성한 행사를 위해 그 역시 팔을 걷어 붙였다.

김 교수는 “과거 일본에서 디스플레이포럼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학회나 전시회 외에 미래 기술을 공유하는 마땅한 포럼이 없어 열게 된 것”이라며 “내년에는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제주대의 ‘CEO에게 듣는다’ 강좌를 위해 그는 매주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전현직 경영진들을 초대해 함께 제주도로 향한다. 이 강좌는 제주대 학생들이 역경을 딛고 성공한 CEO의 이야기를 토대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김 교수가 개설했다. 김 교수는 매주 다른 교수를 섭외해 제주대 강단에 함께 선다. 그의 청탁(?)으로 제주대를 찾아 강연한 CEO급 인사들이 벌써 50명을 넘는다. 이 과목은 제주대에서도 최고 인기 과목이다. 수강신청 1시간 내 정원 150명이 모두 찬다. 수업을 들은 학생 중 성적이 좋은 20명을 뽑아 2학기에는 취업 멘토링까지 진행하니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는 “학생들이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듣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쯤 되면 김 교수가 제주도 출신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고향은 함경남도 원산이다. 그가 처음 제주에 주목했던 이유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름다움을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 전문가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제주 사랑으로, 그는 명예 도민증도 받았다. 김 교수는 “제주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곳 중 하나”라며 “앞으로 제주도의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활동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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