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자칼럼에도 정정보도 압박

전자신문 보도에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삼성전자가 전자신문 기사에 잇따라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등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정보도 요청은 일반 기사뿐만 아니라 기자칼럼까지 전 방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15일자 전자신문 열린마당 면에 실린 기자수첩 ‘이건희 회장의 품질경영 정신은 어디에’라는 제하의 칼럼에 게재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보도 청구서를 전자신문 앞으로 발송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번에는 민사소송이 아닌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건희 회장의 품질경영 정신을 강조하며 기술혁신에 매진해야 한다는 기자칼럼의 요지는 간 데 없고 정정보도 요구만 남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 청구서에서 전자신문 기사에 실린 ‘지난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의 갤럭시S5 사전공개 행사에서 최신 기능인 지문인식 센서가 작동하지 않아 품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외신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아예 행사기간 동안 제품전시를 중단했다’는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사전공개 행사 시 지문인식 센서는 정상적으로 작동됐고 외신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해명이다. 또 제품 전시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 갤럭시S5를 포함한 신제품은 제품 모방을 방지하고자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별도로 마련된 미디어 라운지에서 제한적으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신문은 이 가운데 ‘제품전시를 중단했다’는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 삼성전자가 정정보도를 청구하기 전 온라인 기사에서 ‘행사기간 동안 이례적으로 일반인에게는 제품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문구를 수정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정정보도 청구서에서 제기한 ‘MWC 당시 갤럭시S5의 지문인식 센서는 정상적으로 잘 작동했으며, 품질 논란 또한 없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본지가 당시 현장에 참여한 외신기자와 통화한 결과 그는 “갤럭시S5의 지문인식 센서 기능은 작동이 됐다 안 됐다를 반복했다”며 “지문인식 센서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고 밝혔다. 당시 또 다른 외신기자도 그랬다.

이 외신기자는 또 ‘외신기자들이 지문센서에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삼성 측에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다수의 외신기자가 지문인식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열 몇 개 그룹별로 나뉘어 기자들이 시연을 했고 기능을 작동해봤다”면서 “000, 000 등 타 외신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되다 안 되다 하는 걸로 봐서 당시는 완벽하게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은 당시 행사장에 참여했던 외신기자들의 증언과 갤럭시S5 공개 후 지문인식 방법과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다수의 외신보도(슬래시기어, 비즈니스인사이더, 안드로이드오리진) 등을 감안할 때 전자신문 보도가 틀리지 않았다고 판단해 정정보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 4월 7일자 초판(5판) 전자신문 2면에 보도된 ‘삼성전자 미국 법인 임원 줄줄이 퇴사 왜?’ 기사와 관련해 정식으로 정정보도 청구서를 보내오기도 했다. 이 기사는 번역 오류로 초판 보도 후 신문 수정을 통해 다음날 서울과 수도권에 배포되는 정식판(45판)에는 빠진 기사였다. 판갈이로 수정된 기사까지 정식 정정보도 청구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지만 전자신문은 초판 실수를 인정해 다음날 초판 기사에 ‘바로잡습니다’는 기사로 정정 보도를 게재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홍보 블로그인 삼성 투모로우 ‘이슈와 팩트’ 코너에 최근 전자신문에 게재된 기사 일곱 건에 대한 반박글을 올리는 등 유독 전자신문 기사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한 달 사이 무려 세 건의 정정보도 청구서를 보낸 것은 전자신문 기자들의 취재를 위축시키고, 법정싸움으로 번진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기획취재팀 jeb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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