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설비, 해수담수화설비, 환경설비 등 각종 대규모 산업설비를 제작하는 두산중공업이 ‘지식재산(IP)경영’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0여년 간 특허분쟁이 한 건도 없었지만 최근 몇 년 간 IP에 대한 인식 제고 노력과 선제적 대응으로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연구개발(R&D) 조직 내 IP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전사 임직원에 IP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특허분과위원회를 설치하고 그룹 내 IP 통합운영체제를 구축하는 등 IP경영을 강화해왔다. 사원에서부터 임원, 현장에서부터 전략기획 부문에 이르기까지 IP 중심 경영문화를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두산중공업 IP전략의 중심에는 여러 조직에서 IP업무를 전담하는 ‘IP코디네이터’가 있다. IP코디네이터는 개발팀마다 1명씩 배치돼 R&D 단계에서부터 기술을 IP 자산화하는 작업을 주도한다.
IP 붐업 캠페인을 펼쳐 현장인력이 보다 간편하게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게 했다.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도입, 직원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것을 예방하고 정당한 보상도 제공하고 있다.
임직원 아이디어는 특허분과위원회에서 특허출원이나 보상 여부를 결정한다. 꼭 특허로 출원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 제출에 따른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임직원의 활발한 IP자산 창출을 유도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최진훈 두산중공업 기술연구원은 “아이디어를 제안만 하면 IP코디네이터가 복잡한 관련 업무를 담당해줘서 편리하다”며 “혼자만 갖고 있는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특허분과위원회를 통해 확장되고 자산화돼 좋다”고 말했다.
회사는 임직원 6000여명을 대상으로 정기 IP교육도 실시한다. 회사의 모든 업무와 IP경영 전략을 연계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IP교육을 직원 정규과목으로 만들 계획이다. 일회성 교육이 아닌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IP업무 일체화를 이룬다는 구상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과 변리사 등 전문인력을 채용해 회사의 전반적인 IP업무를 총괄하는 IP팀 인력도 보강했다.
차별화된 IP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사가 보유한 특허를 분석한 뒤, 대응할 수 있는 유망 신기술을 발굴하고 특허 저촉이나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전사 차원의 IP전략 협의체계도 개선해 신사업 추진 시 사업그룹과 R&D, IP활동을 동시에 진행해 효율성을 높였다.
발전기용 증기터빈을 개발하는 최병윤 차장은 “제품별 경쟁사 특허를 분석하며 다양한 기술의 특허 가능 여부를 깨달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설계 아이디어와 특허 출원에 지속적으로 참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기터빈은 그동안 해외 업체의 기술 라이선스를 받아서 제작해 왔으나 최근 독자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준비 중이다.
그룹 계열사 및 해외 자회사에도 IP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그룹 IP전문위원회에서 IP경영 전략을 총괄하고 자회사 통합운영체제 및 통합 IP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그룹 전체의 IP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기업 인수합병(M&A)과 사업계약 체결에도 유리한 조건을 도출하기 위해 전사 전문협상·계약 조직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법무팀의 법리적 판단과 더불어 계약서 내 IP자산의 보유 여부 및 활용에 관한 내용을 추가로 살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강동희 두산중공업 IP담당 상무는 “IP경영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지난해 특허출원이 전년 대비 두 배로 증가했다”며 “IT업체 위주로 이뤄지던 IP R&D를 기계중공업 분야에도 정착시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주요 IP경영 전략>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