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장기 ICT발전을 위한 주파수대가 규제 방향

쇠(金)를 사용하지 않는 산업은 없다. 철을 ‘현대문명의 기초’이며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이유다. 품질 좋은 쇠를 좋은 가격에, 제때 공급을 받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 ‘전자산업의 쌀’로는 반도체를 들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산업에서 철이나 반도체에 해당되는 지위를 누리는 핵심 자원은 무엇일까? 유선에서 무선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ICT산업의 쌀’은 단연 주파수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ICT가 창조경제 구현의 핵심 수단이라면, 주파수는 ICT 전달 근간으로 창조경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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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은 자연자원으로 보유량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결정됐고, 반도체는 재료 자체의 보유량보다 제조기술력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됐다. 그러나 주파수는 모든 나라에 동일하게 주어진 무형의 공공자원으로, 누가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관리하는지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파수의 효율적 이용과 관련된 규제 정책이 C-P-N-D를 아우르는 ICT산업 생태계의 혁신을 통해 창조경제의 핵심가치를 실현할 원동력이 될 것이다.

주파수 정책의 핵심목표는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경쟁 활성화로, 지속적 산업발전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부분 국가는 주파수 사용대가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자원 효율성을 제고해 사회경제적 편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도입된 것으로 합리적 수준의 대가책정이 정책 결정의 핵심이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 주파수 대가할당이 국가재정 확충수단으로 이용되고, 주파수 확보 경쟁이 과열돼 건전한 산업생태계의 발전에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대 초반 ‘주파수 버블경매’로 불렸던 유럽의 3세대(3G) 경매에서 과도한 낙찰대금이 차세대서비스 출시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오스트리아에서는 경매설계가 과도한 낙찰가격을 유도했다는 이유로 낙찰자가 경매결과 취소를 주장했고, 호주에서는 과도한 유보가격 설정으로 일부 주파수가 할당되지 못하면서 주파수 낭비논란이 제기됐다.

우리나라도 대가할당 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지금까지 두 차례 주파수경매를 시행한 가운데 특정 대역에 대한 과열 경쟁으로 과도한 주파수 비용이 문제가 됐다. 글로벌 주파수 경매 결과 비교분석에서 대부분 국가 주파수 할당비용이 4G는 크게 낮아진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3년 시행된 글로벌 주파수 경매 결과, 상대비교에서 우리나라 경매낙찰가는 전체 비교국가 17개국 중 가장 높았으며 글로벌 평균의 3.5배에 달했다.

시장 포화와 성장 정체로 이동통신사업자의 수익률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주파수 확보비용 급증은 인프라 투자자금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 이는 모바일 산업의 선순환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궁극적으로 ICT산업 생태계의 활성화에 위험요소가 될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전파사용 관련 비용은 ‘주파수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로 이원화돼 중복 부과 논란이 존재하고 있다. 전파사용료 중 전파관리 및 전파진흥에 소요되는 비용을 초과한 부분은 일종의 특허권 설정료로서 할당대가와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

할당대가를 납부하면 감면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논란을 근절시키기 위해 전파사용료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 전파행정(또는 규제) 수수료로 명시함으로써 주파수 할당대가와 명확히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제수수료 제도로 전환은 기존 전파사용료의 목적 외 사용 및 면제대상 선정과 관련한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5년마다 수립되는 전파진흥기본계획을 바탕으로 할당제도 및 전파사용료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영국 오프콤이 주파수 할당대가 수입 크기보다 적절한 할당대가 부과를 통해 창출되는 사회경제적 편익의 크기로 주파수 할당정책의 성패를 평가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여인갑 ETRI 창의미래연구소 책임연구원 ikyeo@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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