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인기`의 아이러니

지난달 경기도 파주에서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발견된 후 국내는 발칵 뒤집어졌다. 이후 백령도, 삼척에서도 연이어 발견되며 정치권과 언론에는 연일 이슈로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고, 북한 소행이다 아니다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앞으로도 무인기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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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시선을 대륙 저편으로 옮겨보자. 같은 기간, 지구 반대편에서 무인기는 최첨단 혁신의 IT로 조명받고 있다. 드론으로 불리는 무인기 기술에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들이 러브콜을 보내며 전세계에 연일 뉴스로 전파됐다.

웨어러블 컴퓨터 ‘구글 글라스’로 새로운 컴퓨팅의 미래를 보여준 구글은 드론 개발업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했다. 태양광으로 자체 발전을 해 수년간 하늘에 무인기를 날려 인터넷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도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도 가상현실 기술에 이어 무인기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선택했다. 이 역시 오지에 인터넷을 보급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아마존은 이미 실용화되어 있는 쿼드콥터 무인기로 자사의 서비스 품질을 높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여러 규제 등에 아직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주문 후 30분 만에 집앞까지 배달한다는 콘셉트는 발상의 전환으로 불릴 만하다.

같은 무인기 기술은 한날한시 너무도 상반된 이슈가 됐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 쪽에서는 정치 군사 이슈가 되고 지구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오지에 인터넷을 보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되고 있다. 상업성을 완전 배제할 순 없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도 포함돼 있다.

국가 안보는 중요하다. 무인기 사건에 대한 갑론을박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사실을 밝히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우리나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글로벌 업체들이 무인기로 미래를 열 때, 우리나라에서도 무인기를 이용한 새로운 상품과 기술이 연일 이슈로 오르내리길 바란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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