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셋톱박스, 융복합 추세로 글로벌 시장 지각변동

유료방송수신기인 셋톱박스가 방송·통신 융복합 시대를 맞아 스마트가전 시대를 이끌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IP인프라의 개선으로 모뎀, 무선공유기, 인터넷전화의 기능이 디지털 셋톱박스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 본격적인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셋톱박스가 집안에 있는 모든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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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셋톱박스 기업들도 인터넷 인프라가 확대되고 방송장비인 셋톱박스와 통신장비인 게이트웨이간 기술 융합 및 영역 확장을 위한 활발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유료방송사업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각자가 보유하지 않은 방송, 통신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M&A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방송·통신의 경계를 넘는다, 글로벌 셋톱박스 인수합병 전성기

글로벌 셋톱박스 시장은 영국의 페이스(Pace)와 모토로라의 홈 비즈니스 사업부문을 인수한 미국의 아리스그룹과 시스코, 프랑스의 테크니컬러(Technicolor) 등이 주도한다. 셋톱박스 출하량 기준으로는 페이스가 전체 시장점유율의 11.3%를 차지하며, 그 뒤를 테크니컬러가 잇는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지난해에만 총 486억달러를 벌어들인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가 1위, 아리스가 2위다.

인수합병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영국의 페이스다. 2008년 필립스의 셋톱박스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유럽 1위 셋톱박스 사업자로 발돋움한 페이스는 2010년 미국의 통신장비회사 투와이어(2Wire)를 5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또다른 미국의 통신장비회사 오로라(Aurora)를 인수하며 사업확장 및 고객기반을 다변화하는데 성공했다. 오로라는 모토로라나 시스코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컴캐스트, 타임워너 등 미국의 주요 유료방송사업자 및 남미 지역을 비롯한 중앙 아메리카의 다양한 케이블 방송 네트워크를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통신장비회사인 아리스도 지난 2012년 말 구글로부터 모토로라 홈 서비스 부문을 인수하며, 방송통신 융합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 합종연횡, 콘텐츠 확보 위해 덩치 키워

반대로 유료방송사업자들간 M&A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최대 케이블사업자인 컴캐스트가 2위 케이블사업자인 타임워너케이블(TWC)을 452억달러에 인수하는 초대형 딜이 발표됐다. 미국의 케이블방송과 가정용 인터넷 서비스 업체 1, 2위가 합쳐지는 인수 건으로 양사의 가입자를 합친 케이블 TV 시장 점유율만 70%에 이르러 독점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현재 컴캐스트의 가입자는 2170만명이고, 타임워너케이블의 가입자는 1140만명이다.

작년에도 유럽 방송사업자인 리버티글로벌이 영국 케이블사업자인 버진미디어와 네덜란드의 최대 케이블사업자인 지고(Ziggo)를 인수했다. 같은 해에 영국의 IPTV 회사인 보다폰은 독일의 케이블사업자 케이디지(KDG)를 인수하는 등 최근 방송사업자 간의 인수합병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는 추세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콘텐츠 확보에서 유리한 고지를 얻기 위해서다. 방송〃통신 융합에 따라 기존의 방송사업자가 다른 방송사업자뿐만 아니라 통신사업자와도 경쟁하는 등 각축의 강도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휴맥스 가온미디어 등 한국 셋톱박스업계 글로벌 위상 강화

소비자들이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로 방송을 시청하면서 전통적 유료방송 시장은 조만간 정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구인 IHS에 따르면 셋톱박스 출하량은 2014년에 전년 대비 6% 성장한 2억8600만대로 성장하고, 2015년에 최고 수준인 2억90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들이 셋톱박스의 수요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이 재편되면서 새로운 기회요인도 등장 중이다. 기존 방송사업자들이 멀티스크린 서비스를 통해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 OTT(Over The Top) 사업자들을 견제하고, 계속 진행 중인 HD 전환과 초고화질(UHD) 서비스 확대도 셋톱박스 시장 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휴맥스, 가온미디어 등 우리나라 주요 셋톱박스 업체들도 소매 시장이 발달한 유럽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선두기업을 노리는 휴맥스는 영국, 독일 시장을 중심으로 동유럽 지역 등 아직 지상파 디지털 전환이 진행 중인 지역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며 글로벌 셋톱박스 업체 가운데 가장 다양한 지역적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소매시장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 독일, 중동 등에서 지배적 사업자 자리를 확보했다. 가온미디어는 기가와이파이를 탑재한 홈게이트웨이 제품군을 2분기부터 북유럽 시장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유럽시장에까지 본격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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