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셋톱박스에 내장된 USB 포트를 이용해 콘텐츠를 즐기는 수요(USB 플레이)가 늘고 있다. 손톱 크기의 USB 메모리만으로 개인이 만들었거나,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은 파일을 쉽게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저장매체로 주목받던 DVD와 블루레이를 밀어내고 있지만 저작권 문제에 대한 대책도 요구된다.
TV 제조사들은 TV에 USB 플레이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디지털 TV가 보편화되면서 필수 기능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후 메모리와 외장하드 등 USB 저장장치의 보편화와 함께 단순 동영상 재생은 물론 가정의 콘텐츠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운용체계(OS)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스마트TV 등장 후 USB 플레이는 진화하고 있다. USB 플레이로 즐길 수 있는 파일 종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TV 제조사들은 모두 OS 업그레이드에 USB 플레이 지원 코덱 확대를 반영하고 있다. smi 확장자의 자막파일 인식은 물론 파일 형태의 3D 동영상도 3D TV로 재생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과거 비디오에 영상을 담아 소장하던 습관이 USB로 옮겨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소 TV 제조사도 USB 플레이를 강화하며 최근 출시되는 TV 모델 대부분에 반영하고 있다.
유료방송 셋톱박스도 USB 플레이를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 서비스 확대가 발판이 됐다. 먼저 스마트 셋톱박스를 출시한 IPTV 3사는 모두 USB 플레이를 제공하고 있고,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는 1월 출시한 SOD(Skylife On Demand)에 USB 플레이 기능을 넣었다. 케이블TV도 주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를 중심으로 같은 움직임이다.
반면 TV의 단짝으로 인식되던 기존 하드웨어 기반 매체 수요는 줄고 있다. 콘텐츠 소비 형태가 파일·스트리밍 주문형비디오(VoD) 중심의 무형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2012년과 지난해 DVD·블루레이·Divx 플레이어의 판매는 전년대비 12~18% 하락했다. 옥션 관계자는 “콘텐츠 수요 양상 변화와 함께 고정형 저장매체 수요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USB 플레이는 간편한 사용성과 함께 저작권 침해 우려도 갖고 있다. 통신망의 고도화로 고화질·대용량 콘텐츠 파일이 확산되며 불법 다운로드 콘텐츠를 주고받는 것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USB 플레이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대화면으로 콘텐츠를 즐기고자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TV 제조사들은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기술(DRM)이 걸린 파일의 재생을 막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결국 사용자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는 지적이다. 제조사 관계자는 “USB 플레이는 개인이 만든 콘텐츠를 TV로 감상하는 매개체를 목적으로 제공되는 기능”이라며 “현재는 사용자의 개별 행동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