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창조경제 新화폐, 지식재산(IP)금융으로 `한국의 스티브 잡스` 키운다

“창조경제를 위한 유통화폐는 지식재산(IP)이고, IP 없는 창조경제는 의미가 없다.”

창조경제 전도사 존 호킨스 박사가 강조한 말이다. IP는 곧 돈이란 의미다. 창조경제 핵심 동력으로 IP가 부상했다. IP산업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정부와 금융기관의 IP금융 지원대책도 줄을 잇고 있다. 양적인 측면에서 특허를 보유한 우량기업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드는 기회요인이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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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업화돼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금융권의 IP금융 지원이 선결돼야 한다. 그동안 금융권은 기업에 담보를 요구하거나 높은 자격을 갖춰야만 돈을 빌려줬다. 경영실적, 직원 수, 설비 등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만이 쉽게 대출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스타트업·벤처는 매출이 있을리 만무하다. 직원도 창업자와 동료 정도다. 지금까지의 기업금융 투자방식으로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처럼 차고에서 컴퓨터 하나로 창업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굴지의 기업을 만들 수가 없다.

◇IP금융 전성시대, 자금이 돈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부부처와 금융기관이 앞다퉈 IP금융 진흥책을 수립했다. 민관 모두 IP금융의 기관차 역할을 자처하며 자금지원은 물론이고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IP기업 대상으로 자금이 돌기 시작했다.

특허청은 ‘금융연계 특허기술평가 지원’을 통해 IP 외연을 넓히는데 초점을 맞췄다.

중소·벤처기업이 IP를 바탕으로 보증·대출·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기업이 보유한 IP 평가결과를 투·융자기관에 제공한다. 지난해 235건을 평가해 212개 업체에 759억원 규모의 자금을 연계했다. 모태펀드 특허계정으로 IP 기반 투자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특허계정 내 ‘회수지원펀드’를 조성해 담보 특허권 매입 등 금융권 리스크 경감에 활용한다. 현재 산업은행이 53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했고, 기업은행도 300억원 규모로 조성 중이다.

중기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특허담보 직접대출’을 시행 중이다. 20개 업체를 대상으로 55억원 대출이 실시됐다. 올해는 15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위 주도 성장사다리펀드는 연내 하위펀드로 1000억원 규모의 IP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은행권 IP담보대출 회수지원 연계, 신보·기보의 IP기반 보증 연계 투자 등 IP금융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다. 현재 공고를 내고 운용사를 공모 중이다.

보증기관과 민간은행도 IP금융 지원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특허·실용신안·저작권 등 IP 우수기업에 2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500억원은 직접 투자로, 2000억원은 대출 형태로 지원한다. 이미 IP펀드에 100억원(5건), 문화콘텐츠 IP에는 40억원(21건)을 지원했다. 또 지식재산 투자조합을 통해 약 1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특허청과 약 300억원 규모의 IP전문펀드를 결성했다.

하나은행은 IP를 담보로 인정하는 여신시스템 변경작업에 착수했고 신한은행은 IP기업을 포함해 유망기술 보유기업 지원을 위해 기술평가 전담부서인 산업기술평가팀을 금융권 최초로 신설했다.

신용보증기금은 IP 창출·거래·사업화·활용촉진 전 단계를 지원하는 맞춤형 보증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지난해 IP보증 도입 이후 440개 기업에 1122억원을 지원했고, 올해 약 70% 증액한 19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IP금융 지원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작한 기술보증기금은 IP기반 상품 ‘특허기술가치평가연계보증’을 내놓고,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특허권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대해 특허권 가치평가금액 범위내에서 최대 10억원까지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선진형 기술금융 제도다. 기보는 이 보증제도를 도입해 약 5800건, 1조900억원의 지식재산 보증지원 실적을 기록해 국내 최다 IP보증 허브로 발돋움했다.

◇IP금융 중복투자방지, 가치평가 기준 선행돼야

일각에선 창조경제 활성화를 표방한 IP 금융지원이 봇물을 이루자 중복 투자 방지와 가치평가 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래 수익에 기반을 둔 IP 성격상 시장에서는 가치평가 결과에 신뢰도가 떨어져 객관적인 IP 검증과 금융권 내 심사·평가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IP금융이 지난 정권의 ‘녹색금융’처럼 잠시 주목받다 정권이 바뀌면 사라지는 일회성 대책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책 기조와 분위기에 편승해 성급하게 도입하기보다는 시장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다.

IP금융의 최우선 선결 조건으로 ‘가치평가’ 문제를 꼽는다. 각 IP가 가진 정확한 가치를 파악할 수 있은 시스템 마련이 선결과제다.

고기석 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은 “IP금융 시장이 활성화된 해외 금융권처럼 국내 은행과 창투사들도 자체적인 평가 조직 등 선진 금융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IP를 담보 영역이 아닌 신용의 영역에서 우선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영철 아이디벤처스 상무는 “우선 IP를 담보물이라기 보다는 초기기업의 부족한 신용을 보완해 주는 개념으로 활용하고 향후 민간이 가치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을 때 거래시장이 조성되면 담보의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적 가치평가뿐 아니라 IP가 사회적으로 제대로 인정받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법률적 손해배상 측면에서 국내 특허 침해 손해배상 산정액을 보다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IP가 법적으로도 제대로 가치를 보호받지 못하고 가치마저 낮게 평가되는 분위기 속에서 금융권이 IP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겠느냐”며 “법적·사회적 인정이 보장되면 시장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 정부 및 금융권 IP지원 정책

[이슈분석]창조경제 新화폐, 지식재산(IP)금융으로 `한국의 스티브 잡스` 키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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