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삼성전자와의 소송이 시작되자 기자들에게 각지에서 성원이 답지하고 있다. 국내 최대 광고주이자 초일류 기업과의 싸움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만큼 아는 이들이 보내는 메시지다. 내용은 그들의 경험만큼이나 다양하다.
이들의 메시지를 받고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만 하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가는 리더와의 소송에서 격려라니. 이번 사건은 우리 산업의 기형적인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내 제조 기업들은 삼성과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면 일정 수준의 규모로 성장하기 힘들다. 그런데 동시에 삼성에 의존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없다는 게 아이러니다.
오죽하면 ‘삼성 리스크’라는 이야기가 나올까. 삼성 리스크는 삼성 의존도가 높으면 고수익 사업은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업계에서 통용되는 용어다. 상상을 초월한 단가 인하 압박 때문만은 아니다.
구두로 주문해 놓고 실제 주문량이 달라지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협력사 몫이다. 그렇다고 구두 주문에 따라 준비를 해 놓지 않으면 그 물량마저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 해당 제품으로 삼성의 주요 전략이 새어나갈 수 있다면서 홍보나 영업 통제를 받는 것은 부지기수다.
이리저리 ‘당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협력사와의 관계가 바로 잡히길 바라는 마음에 이들은 전자신문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다.
우리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사회에서 함께 잘 사는 길은 정말 없는 것일까. 독일을 보자. 제조 강국 독일은 100년 가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이들 기업은 즐거움도 어려움도 함께 나눈다. 직원들과도 마찬가지다. 구조조정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이들의 전통이다.
독일 기업들이 처음부터 동반성장의 길을 걷지는 않았을 터다. 이들이 오랜 역사를 통해 공생의 방식을 터득해갔듯, 삼성 역시 최소한 겸허하게 공존의 지혜라도 얻길 바란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