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태계 벼랑 내모는 `삼성 스마트폰`

연봉 50% 성과잔치할 때 협력사는 '마른 수건'만 짰다

#지난 2010년 갤럭시S가 처음 공개된 후 지난해까지 매년 새로운 시리즈가 출시될 때마다 소재·부품 업계는 삼성전자와 함께 축제를 즐겼다. 갤럭시S 시리즈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후방 산업군이 얻는 수혜도 컸기 때문이다. 이때 기회를 잡은 협력사들 가운데는 연매출 1조원을 넘긴 곳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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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삼성전자는 협력사에 더욱 강도 높은 원가 압박을 가하고 있다. 마른 수건을 짜다 못해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협력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갤럭시S4가 기대 이하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갤럭시S5 글로벌 출시를 목전에 앞둔 지금은 아예 기대감조차 사라졌다.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삼성전자는 협력사에 더욱 강도 높은 원가 압박을 가하고 있다. 마른 수건을 짜다 못해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협력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최대 관심사인 대·중소기업의 상생 기조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협력사들이 수익 급감에 허덕대고 있다.

최근 무선사업부가 베트남에서 소재·부품을 자체 생산하면서 수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판가 인하 압력까지 점차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무선사업부는 중국 업체까지 끌어들여 협력사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있어 국내 협력사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IM(IT·모바일)부문은 지난해 매출 138조8210억원, 영업이익 24조958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단일 사업부로는 최대 수익이다. IM부문이 올린 이익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68%에 이른다. 피처폰 사업이 수익을 갉아먹는 것을 감안하면 스마트폰 사업에서만 25%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주요 소재·부품 1차 협력사 대부분은 지난해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에 따른 과실이 무선사업부에만 쏠린 것이다. 협력사들은 매출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수익이 급감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쳤다. 나아가 1차 협력사는 2차, 3차 협력사에 판가 인하 압력을 전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승자독식 구도가 심화되면서 국내 제조업 전반에 도미노식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극단적인 삼성전자 쏠림 현상과 의존도가 빚어낸 예견된 결과다. 삼성전자 거래로 재미 본 업체가 없다는 말은 협력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사장은 “실적이 나쁘면 주주들에게 미안하고, 반대로 좋으면 삼성전자 구매 직원에게 죄인이 돼야 한다”며 “지난 연말 무선사업부가 연봉 50%에 이르는 성과 잔치를 벌이는 동안 우리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부터 베트남 공장에서 카메라 모듈·터치 스크린 패널(TSP)·케이스·카메라 렌즈 등 주요 부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초창기만 해도 삼성전자는 협력사에 자체 생산 비중을 높이거나 품목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말이 바뀌었다. 무선사업부는 수급이 불안정한 소재·부품은 얼마든지 직접 생산할 수 있다는 기조다.

삼성전자 협력사 관계자는 “생산량이 많고 수익이 나는 소재·부품은 직접 만들고, 생산량이 적고 만들기 까다로운 제품은 협력사에 떠넘기기 일쑤”라며 “불만을 표출할 수는 없고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말했다.


(단위: 억원)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단위: 십억원)

*자료: 아이엠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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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생태계 벼랑 내모는 `삼성 스마트폰`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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