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훈의 디지털 확대경]힘내라,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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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와 팬택에는 몹시 미안하다. 필자의 가족과 형제 내외 또 그들의 자녀까지 17명은 죄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쓴다.

초기작 ‘갤럭시S’부터 ‘갤럭시노트3+기어’까지 거의 모든 제품을 써봤다. 최근 4년간 마흔 대 이상을 구매했다. 이전의 피처폰까지 더하면 백수십 대의 삼성폰을 샀다. 그래서 삼성에 대해 할 말도 많다.

나는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를 많이 미워했다. 솔직히 말하면 콘텐츠 생태계 창조와 더불어 ‘아이팟’ ‘아이폰’ 등으로 대성공을 거두며 혁신의 아이콘이 된 그가 정말 부러웠다. 그래서 미워했고, 질투했다.

잡스가 신제품 소개할 때마다 세계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홍보비 한 푼 안 쓰고 수조원의 광고효과를 내는 그의 영향력이 밉도록 부러웠다. 세계 피처폰 시장의 절대강자 삼성이 애플처럼 못하는 게 아쉬웠다. 잡스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 대표인물이 삼성엔 없어 울화가 치밀기도 했다.

4년 전 갤럭시S가 출시됐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들썩였다. 정보통신강국의 자존심을 삼성이 다시 살렸다. 우리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삼성이 내세우던 ‘SAMSUNG’ 로고가 한국판에서는 폰 뒷면으로 슬그머니 숨어 든 점은 두고두고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저력은 대단했다. 스마트폰 세계 최강 애플을 단숨에 따라 잡았다. 삼성답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지금 삼성엔 잡스 같은 인물이 없다. 그래서 불안하다.

지난 주 삼성의 차기 기대작 ‘갤럭시S5’가 국내 조기 출시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무선사업부 신종균 사장의 행동은 실망 그 자체다. 3월 26일 신 사장은 ‘27일 갤럭시S5 국내 조기출시설’에 대해 “아는 내용이 없다. 잘 모르겠다. 이통사와 얘기 나눈 적도 없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18시간 후 갤럭시S5는 시중에 나왔다.

거짓과 참, 두 관점에서 따져보자. 먼저 그의 말이 거짓일 경우다. 4월 11일 전 세계 동시 출시를 선언한 상황에서 한국시장 조시 출시에 따른 외국 이통사의 반발이 마음에 걸렸을 수도 있다. 약속파기의 원인을 삼성이 아닌 이통사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도 생길 법하다. 만일 그랬다면 책임전가 식의 얄팍한 꼼수다. 삼성의 비겁함이다. 삼성의 비굴함이다.

그의 말이 참일 경우다. 삼성의 명운을 걸고 개발한 전략제품을 국내 이통사가 상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내다팔았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시대의 주도권이 제조사에게 돌아온 상황에서 가능한 일일까. 만일 그렇다면 이는 삼성의 무능함이다. 또 판매 개시 18시간 전까지 정말 아는 바 없었다면 이는 삼성의 무지함이다. 거짓과 참이라는 이분법적 가설이 맞다면 모두가 삼성답지 못한 행동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2.7%다. 삼성전자를 빼면 -3.6%로 곤두박칠친다. 삼성전자가 선물한 착시현상이다. 삼성전자가 삐끗하면 국가경제가 흔들린다. 삼성전자가 정말 잘해줘야 한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는 신종균 사장이 이끄는 IM부문에서 나온다. IM이 삐끗하면 삼성전자가 흔들린다. 그런데 갤럭시S5에 대한 세계 평가가 지나칠 정도로 냉랭하다. 이통사 눈치나 살피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삼성전자의 신종균’이 아니라 ‘신종균의 삼성전자’가 되게 하는 게 당신의 야심 아닌가. 그 시간에 더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라는 얘기다.


최정훈 정보산업총괄 부국장 jh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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