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케이큐브벤처스 이사는 글로벌 실무 경험이 풍부한 현장형 전문가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경력을 시작한 정 이사는 이베이 APAC 전략 및 사업 개발 매니저로 일본 시장 재진입, 태국 시장 진출 등을 이끌었다. 타임교육 이사로 중국 진출 전략을 수립했고 NHN 수석부장으로 커머스 전략 및 모바일 서비스 기획과 확장 등 사업 전반을 총괄했다. 인터넷·모바일 서비스의 글로벌 진출에 대한 살아있는 조언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고 글로벌’을 도울 적임자다.

정신아 케이큐브벤처스 이사의 출사표=인터넷·모바일 업계에서 신규 사업 및 서비스, 글로벌 확장 등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를 직접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와 씨름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겪었다.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문제를 풀어나가고, ‘강점(Edge)’을 살리고, 성장 기회를 찾는 방법을 ‘어떻게(How)’의 관점에서 소개하고 싶다. 스타트업이 사업을 진행하는데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관점을 제공하겠다.
‘먼처리(Munchery)’는 웰빙 음식을 주중 저녁에만 배달하는 서비스다. 건강한 저녁을 먹고 싶은 사람과 자신만의 레시피로 부수입을 얻고 싶은 요리사를 연결하는 또 다른 형태의 공유경제 모델이다. 먼처리는 원재료 구입과 조리장소 제공, 고객·주문관리 등을 지원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정진욱=먼처리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달라. 새로운 공유경제인 이유는.
▲정신아=언뜻 보면 평범한 배달 서비스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기존 배달 서비스가 식당 중심이라면 먼처리는 음식 중심이다. 서비스에 접속하면 매일 새로운 ‘오늘의 메뉴’가 나온다. 메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리사가 직접 올린다. 모든 메뉴는 웰빙 음식으로 요리사가 직접 개발한 레시피로 만든다. 먼처리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이 가득하다.
먼처리 등록 요리사는 일하는 식당이 따로 있다. 출근 전 남는 시간을 활용해 먼처리가 제공하는 공간에서 요리를 만들고 출근한다. 여러 요리사가 한 공간에 모여 자신의 음식을 만들고 각자 자신의 직장으로 출근한다. 먼처리가 새로운 형태의 공유경제인 이유는 남는 시간을 활용하고 공간을 함께 쓰기 때문이다.
-정진욱=먼처리를 추천하는 이유는.
▲정신아=수요자와 공급자 양측의 필요를 적절하게 해결한 보기 드문 사례다. 아이를 둔 직장인 엄마라면 퇴근 후 뭘 먹을까가 늘 고민이다. 자기만이라면 대충 먹어도 되는데 아이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다. 하지만 퇴근 후 매번 건강한 음식 만들기도 부담스럽다. 인스턴트 음식을 아이에게 먹이기가 미안한 직장인 엄마, 혹은 맛있는 음식을 집에서 편하게 먹고 싶은 직장인 욕구를 잘 읽었다. 요리사 입장에선 추가 수입은 물론이고 자신만의 레시피를 시험하고 평가받을 수 있다. 요리사 상당수가 많은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낮은 급여를 받는다. 남는 시간을 활용해 또 다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마운 서비스다. 먼처리는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만족을 주며 함께 성장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스타트업이다.
-정진욱=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플랫폼 제공 외에 먼처리가 하는 일은.
▲정신아=운영에 관한 모든 일을 담당한다. 배달과 고객·주문관리 요리사 스케줄과 메뉴까지 컨트롤한다. 회사는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위생적으로 포장해 적절하게 데우는 법과 함께 배달한다. 모든 배달은 정각에 도착한다. 회사가 배달원 관리와 교육을 담당한다. 정확한 수요 예측으로 재고를 줄이고 고객 건의나 불편사항을 처리한다. 요리사 근무일과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스케줄을 조정하고 계절과 이벤트, 트렌드에 맞는 메뉴 개발을 요구한다.
-정진욱=요리사가 얻는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웰빙 음식만 취급하니 가격이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
▲정신아=판매 금액의 70%가량이 요리사 몫이다. 음식 재료비는 요리사가 부담한다. 하루에 5~10명의 요리사가 음식을 만드는데 먼처리에서 버는 수익이 본업을 넘어 직장을 관두는 사람이 생길 정도다. 주말에 쉴 수 있고 개인 레시피 만드는 재미와 고객과의 소통까지 요리사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웰빙 요리라 비싸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일반 식당에서 파는 것과 큰 차이 없다. 서비스 초기인 2012년 10월에는 요리사 6명에 고객 80명 수준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요리사 50명에 고객 800명으로 성장했다. 서비스 사용자가 늘면서 원재료 대량구매가 가능해지면서 가격이 내려갔다. 실제 음식 값이 2012년 평균 25달러에서 현재는 10달러 수준으로 낮아졌다.
-정진욱=‘그럽허브심리스’ 등 음식 배달 서비스는 많다. 기존 서비스와의 차이는.
▲정신아= 기존 서비스는 식당을 중심으로 접근했다. 이는 옐프나 오픈테이블 등 레스토랑 리뷰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먼처리는 음식을 강조한다. 좋은 식당을 알아도 뭘 먹어야 할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식당 리스트 나열로는 원하는 음식을 선택하기 힘들다. 먼처리는 매일 새로운 음식이 나온다. 먼처리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에 개별 요리사가 자신의 이름을 건다. 직접 만든 요리를 설명하고 고객 리뷰에 반응한다. 고객 입장에선 마치 개인 요리사를 둔 기분이다.
-정진욱=지역 서비스는 마케팅이 쉽지 않다. 먼처리의 마케팅 방법은.
▲정신아=먼처리는 별도 마케팅 없이 입소문으로 성장했다. 먼처리 같은 서비스는 마케팅보다 음식의 품질을 유지하며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 먼저다. 서비스 초기 균일한 음식 품질에 대한 확신 없이 마케팅으로 이용자를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좋지 않은 이용 경험을 주는 것보다 훌륭한 요리사를 충분히 확보하고 음식 품질을 균일하게 가져가야 한다. 먼처리는 품질 관리 후 입소문이란 최고의 마케팅으로 성장했다.
-정진욱=먼처리 같은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정신아=시장은 충분하다. 국내에도 맞벌이로 바쁜 워킹맘과 퇴근 후 식사를 고민하는 직장인이 많다. 웰빙 열풍 또한 거세다. 국내 요리사 역시 급여 수준이 낮다. 국내에 요리관련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400만명이다. 수요와 공급은 충분하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서비스를 키운다. 인기 요리사와 친구를 맺고 사용자가 모여 먹고 싶은 요리를 신청한다. 경매로 치면 역경매다. 국내 트렌드에 맞는 여러 시도가 더해지면 더욱 매력적인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정진욱=머처리 같은 스타트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정신아=인구 밀집 지역에 비교적 생활수준이 높고 웰빙 수요가 있는 곳이 좋다. 쉽게 말해 현재 유기농 가게가 많은 곳이다. 분당이나 서초구, 반포 정도다. 적당히 요리사가 확보되고 품질 확신이 생긴다면 맛집·웰빙 커뮤니티 중심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것이 좋다.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을 대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유를 유도하는 이벤트도 추천한다. 인적구성도 중요하다. 요리사를 선별하고 무엇보다 전체 메뉴를 관리할 수 있는 요리 이해도가 높은 인재가 필요하다.
-정진욱=먼처리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의향은.
▲정신아=무작정 따라하는 것보다 시장과 수요를 나누고 ‘어떻게(How)’의 관점에서 문제를 푸는 지가 중요하다. 만족할 만한 해답을 제시하면 70% 이상이다.
-정진욱=먼처리가 시사하는 것은.
▲정신아=질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하다.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표]정신아 이사가 평가한 먼처리.
[표]먼처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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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