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부터 퇴직까지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흐름을 읽고 직원 역량을 강화해야 하지만, 이 부분은 정부도 제대로 손을 못댔습니다. 그 틈을 우리가 채워 나갈 것입니다.”
취임 두 달을 넘긴 류용섭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원장은 “출연연 R&D 예산 규모가 5, 6년 전보다 엄청나게 늘었지만 인력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보니 출연연은 비정규직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래서 인력교육이 더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류 원장은 지난 2009년부터 기획재정부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및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어떻게 하면 예산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하던 R&D 예산통이었다.
“효율적인 예산집행에 대한 답을 교육에서 찾았습니다. R&D 사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기술 분야별 투자 방향과 우선순위, 국가 R&D 중장기 비전과 전략 등을 과학기술인이 정확히 인지하고 있을 때 비로소 효율적인 예산관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국가 R&D 예산 전문가에서 인력개발 수장으로 변신한 류 원장은 “예산이 다른 분야에 과학기술부문 R&D에 쉽게 지원되고 규모도 커졌다”며 “다른 부문에서는 만원 단위까지 예산을 따지는 상황이지만 과기 부문은 100억~200억원 정도는 상대적으로 쉽게 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류 원장은 성과를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과 교육이 효율을 높이는 수단이라는 것에 대해 입이 닳도록 강조했다.
류 원장은 지난 2011년 연구개발조정국장을 지내던 시절의 소회도 털어놨다. 정부 출연연구기관 미션에 대해 너무 자주 손댄다는 것과 R&D정책은 중장기플랜을 갖고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는 건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혼란스런 상황을 맞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올해 국가R&D 예산은 17조7000억원 정도됩니다. 이 가운데 출연연이 40% 정도 쓰는데, 중요한 건 자율성만 줄 것이 아니라 예산권과 인력운용에 대한 권한도 어느 정도는 병행해 풀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거론되는 ‘연구실 파산제’에 대해서도 한마디 내놨다. 출연연에 대한 효율성 요구가 강하다보니 성과를 가시적으로 내놓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출연연의 본질은 꾸준히 유지하되, 주변부나 산업화 가능 부분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한 연구단위 일몰제 방식 도입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류 원장은 “지난 10년간 예산 증가에 비해 성과는 별로 없다는 비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렇기에 성과가 꾸준히 나와야 하는 그런 쪽에서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좋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류 원장은 민간이 담당하기 어려운 분야 등 기초연구 성격이 강한 연구실에 파산제를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시각을 분명히 했다. 기관의 성격을 봐가며 정리하자는 입장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기관도 무분별한 연구영역 확대는 자제할 것입니다. 5~10년 정도 자율성에 기반한 지원을 확실하게 한 뒤 성과를 봐가며 평가한다면 성공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연구회 역할도 강조하고 나섰다. 국민예산을 블록 펀딩식으로 주기만 하고 관리하지 않는다면 그건 직무 유기이기에 성과 사후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구회가 중심이 돼 주도하는 모양새가 좋을 것입니다. 예산을 기관 스스로 정리해 쓰기에는 입장이 제각각이니, 이걸 연구회가 주체적으로 정리를 해보자는 것입니다.”
류 원장은 KIRD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기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KIRD는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범부처 과학기술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발돋움하자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산업 육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곳이 과학기술계고, 또 이걸 실현하는 주체가 과학기술인이고 보면 교육과 인력 개발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인식이다.
“창조경제 구현을 견인할 창의·융합인재 양성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그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KIRD는 이에 따라 올해 처음 출연연 기본 교육과정도 마련했다고 류 원장은 설명했다. R&D 전주기 교육과 이공계 석박사 교육 등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교육과정은 더 내실있게 준비할 계획이다.
출연연과 대학을 연계한 중소기업 R&D 인력 역량 강화도 올해 빼놓을 수 없는 미션이다.
“취임 석 달이 안돼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범부처 과학기술 인재양성의 요람이 되도록 기관 중장기 발전전략과 역할 플랜을 마련 중입니다. 올해 상반기 마무리한 뒤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인력개발 기관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KIRD 조직은 비정규직까지 포함해 총 46명이다, 예산은 연간 135억원(오창 본원 건립비 50억원 포함)을 쓴다. 첫 개원 당시에 비하면 4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연구개발인력교육원에서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으로 확대 개편된 뒤 초대 기관장을 맡은 류 원장은 강화고와 중앙대를 나온 뒤 기획재정부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등에서 근무했다. 이제는 인력개발 수장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과학기술계가 기대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