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는 지금 규제이슈로 만성피로에 휩싸여 있다. 셧다운제로 인한 피로감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지난해 연이은 충격파를 맞았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손인춘 의원과 신의진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과 ‘중독 예방 치유에 관한 법률안’이 충격의 근원이다.
두 법안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는 인터넷 게임의 중독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독성이란 멍에를 씌움으로써 게임업계로부터 중독유발금을 거두고 산업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려는 게 핵심이다.
아직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한 규제의 충격파는 컸다. 가장 큰 충격은 젊은 인재가 게임 산업을 피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2011년 실시된 셧다운제와 더불어 두 법안은 게임산업이 중독이란 선입견을 제시하면서 산업에 진입하려는 젊은 인재의 발목을 잡았다.
한 게임업체 대표는 “게임산업이 중독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 유입이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게임산업의 가장 큰 성장동력인 인재가 떠나고 있음을 한탄했다. 이제 겨우 20년을 넘기면서 성장단계에 진입한 산업이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규제이슈로 산업 성장이 더뎌지는 것은 또 다른 피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게임 매출은 4조7882억원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 5.5% 줄면서 역성장했다. 수출도 같은 기간 1조501억원으로 1.1% 증가에 그쳤다. 콘텐츠산업의 핵심이던 게임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셈이다.
정해상 단국대 교수는 “게임산업의 마이너스 성장은 세계 어디서나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통신을 법적으로 제어하는 셧다운제와 과학적 논리에서 벗어나 기금조성을 요구하는 전체주의적인 규제 이슈가 만들어낸 결과”이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경제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를 뒤쫓던 중국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수준 낮은 웹 게임 위주로 우리나라 시장을 노크하던 중국기업들이 대규모 자본력과 기술을 앞세워 온라인과 모바일게임 파상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 지분을 인수한 텐센트가 대표적이다. 텐센트 최근 국내 게임업체 지분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우리 안방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다.
규제의 틈새로 국내 경쟁력이 약화된 시점이란 점에서 규제이슈와 무관하지 않다. 이재홍 서강대 교수는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문화콘텐츠산업의 지원을 약속한 현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에서는 당리당략에 얽혀 게임규제를 제시하는 것은 문제”라며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는 법을 내놓기전에 보다 넓은 시각으로 국가경쟁력과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시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