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소재·부품 수직계열화 완성…차세대 먹거리 발굴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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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전자소재·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또 한 번 승부수를 내던졌다.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 분리와 코닝 지분 인수, 전자소재연구소 설립 등 소재 사업 강화를 위해 벌여왔던 행보의 연장선이지만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결합으로 향후 소재 사업뿐만 아니라 에너지 사업에도 대대적인 손질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 후계 구도를 준비하는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 규모의 경제 달성

삼성SDI가 표면적으로 내건 흡수 합병 목적은 제일모직의 소재 기술을 내재화해 배터리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삼성SDI는 그동안 소재 기술 수직 계열화를 강조해왔다. 제일모직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을 개발 중이어서 이 분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제일모직의 유기 소재 기술도 이차전지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소재·에너지 관련 사업 모두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이 LG와 비교해 가장 취약한 사업이 바로 화학·소재다. LG화학은 2007년 LG석유화학을 합병하고 이차전지 사업에 진출하면서 급속하게 덩치를 키워나가 추가 투자 여력을 마련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두 회사를 합쳐도 LG화학의 매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독립 계열사였던 제일모직을 삼성전자 울타리에 두는 효과도 거뒀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도 삼성전자 출신 조남성 사장이 제일모직 사장에 선임된 후 그룹 소재 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왜 삼성SDI+제일모직?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다음 먹거리로 소재 사업을 지목한 후 코닝 지분 인수 등 굵직굵직한 움직임들이 이어졌다.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후계 구도 재편을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주가를 올려야 하는 상황도 존재한다.

하지만 소재 사업은 완제품·부품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고 기술 확보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단기간 내에 키울 수 없어 글로벌 인수합병(M&A) 전략을 채택했으나, 이 또한 당장 효과를 거두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수원사업장)에 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정밀화학 등 4개사가 함께 투자한 전자소재연구단지를 완공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연구소만 옮겼을 뿐 기대했던 성과를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각자 조직이 다른 상태에서 공동 연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던 탓이다.

독립 계열사였던 제일모직에 전자 DNA를 단기간 내에 심는 것도 인사·조직개편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소재의 중요성이 크고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삼성SDI와 흡수 합병이라는 고강도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M&A를 추진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삼성SDI, 변신 성공할 수 있을까

삼성SDI는 브라운관·PDP·OLED에 이르는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에서 지금은 에너지 사업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다시 에너지·소재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에 직면했다.

그러나 제일모직 입장에서 기대 효과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제일모직 전자재료 사업과 케미컬 사업은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요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SDI로의 흡수는 새로운 시장으로 발을 넓힐 수 있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삼성SDI는 제일모직이 양산을 추진 중인 이차전지 분리막과 자동차 경량화용 합성수지 등으로 신시장에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조남성 제일모직 사장은 “이번 합병은 양사의 핵심 경쟁력을 통합해 초일류 에너지·소재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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