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단말기 유통시장 정상화…보조금 투명화·제조사 화답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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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5’가 출시된 지난달 27일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SK텔레콤이 출고가 86만6800원인 ‘갤럭시S5’를 19만원에 판매한다는 광고가 게재됐다.

SK텔레콤이 오는 5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45일간 영업정지에 앞서 번호이동 등 가입자 유치를 위해 상당한 보조금을 살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에서 ‘갤럭시S5’는 SK텔레콤이 지급하는 15만여원 보조금을 더해 71만원에 판매됐다. 그럼에도 19만원에 판매하는 것처럼 거짓 광고를 한 것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24개월 약정 가입시 할인되는 요금을 마치 보조금인 것처럼 호도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요금 할인을 단말기 보조금인 것처럼 표현, 이용자를 기만했다며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고소했다.

온라인 유통망의 이 같은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용자가 약정 가입을 하면 제공되는 요금할인을 보조금으로 설명하는 등 단말기 비용과 이용 요금을 혼동시켜 이용자가 보조금을 많이 받는 것처럼 오인시켜 판매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달 20일 이통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유통망의 이 같은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할 정도로 만연해 있다.

하지만 이통사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당장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망이 5만여개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또 판매점에 대한 관리·감독 한계도 분명하다.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망은 지난 2004년 1만4000개에서 2012년 4만8000개로 3.4배나 증가했다. 특히 소규모 유통망인 판매점이 7000여개에서 4만4000여개로 급격히 늘었다.

이 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페를 통한 유통도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이통사와 판매 위탁 계약을 체결한 대리점을 제외하면, 판매점과 온라인 유통망은 사실상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판매점과 온라인 유통망은 페이백(Payback) 등 변칙적 보조금 지급은 물론이고 약식계약서 등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페이백은 신규 가입시 가이드라인 수준의 보조금을 적용한 금액으로 판매하는 것처럼 계약하되, 일정기간이 지난 이후 가입자에게 추가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약식계약서는 이통사 공식계약서가 아닌 대리점이 자체적으로 만든 계약서로, 일종의 ‘이면계약’이다.

이통사는 물론이고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도 판매점과 온라인 유통의 관리·감독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통사와 계약 관계가 아닌 만큼 부당한 지위 남용은 물론이고 영업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를 우려, 근본적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을 통한 단말 유통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온라인 유통망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허위·과장 광고, 불법 판매 행위 등에 대한 처벌 기준 등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한 목소리다.

판매점과 온라인 유통망에 대한 관리·감독에 앞서 보조금을 포함, 단말 유통 시장 투명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문이 상당하다.

보조금은 이통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 판매 리베이트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지급 구조가 불투명하고, 복잡하다.

단말은 제조사, 이통사, 대리점·판매점 등 유통망을 거쳐 이용자에게 전달된다. 각각의 주체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복잡한 방식이다.

보조금의 한 축을 이루는 제조사의 보조금·장려금 규모는 비공개다. 제조사는 출고가를 공개할 뿐, 이통사 등에 판매하는 공급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보조금 구조도 지나치게 복잡하다. 우리나라 보조금은 일시 보조금, 월별할인, 단말할부 혜택을 모두 제공한다.

미국은 출고가와 단말 보조금을 투명하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보조금을 제외한 남은 단말 비용은 일시불로 구매하며, 추가적인 월 요금할인은 없다.

일본은 단말 보조금을 폐지하고, 월별단말할인과 기본료 할인으로 통합했으며, 단말 등급별로 할인금액을 차등화했다.

우리나라의 복잡한 보조금 구조와 불투명한 지급 구조가 유통망의 ‘버스폰’ 혹은 ‘마이너스폰’을 조장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보조금 한도를 축소하는 동시에 복잡한 보조금을 단순화, 단말 가격 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불필요하게 빠른 단말 교체가 나타나고, 전체 마케팅 비용도 급증하는 현상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방식인 ‘일시보조금+일시불 구매’, 일본·호주 방식인 ‘월별할인+할부구매’ 등으로 보조금 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구체적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통 3사는 이통 시장 안정화를 위해 사명을 걸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상한규정인 27만원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통사 보조금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통사의 보조금 정상화는 판매점과 온라인 유통망의 자의적 보조금 지급에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말 유통 건전화를 바라는 여론이 보조금의 한 축인 제조사를 향해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단말 유통 건전화의 출발점이 투명한 유통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투명한 유통이 전제돼야 출고가를 낮추든, 보조금을 축소하든 후속조치가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혼란에는 이통사·제조사 뿐만 아니라 대리점 등 유통망의 역할도 상당하다.

그렇지만 전기통신사업자법은 방통위 등의 조사와 제재 대상을 이통사로 제한하고 있다. 이같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이동통신 단말 유통구조 개선법률(이하 단통법)이다.

제조사와 대리점 등 유통망의 보조금에 대해서도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통법이 보조금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없지만,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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