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 기업을 잡으려는 투자·인수전이 뜨겁다. 차세대 모바일 세상의 종착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지만 기술을 가진 업체 수가 많지 않아 줄 서서 기다리는 분위기다.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신문 SF게이트는 ‘버툭스 옴니(Virtuix Omni)’ ‘아베간트(Avegant)’ ‘뷰직스(Vuzix)’ 등 가상현실 스타트업이 잇따른 투자·인수 제안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이 23억달러(2조5000억원)에 인수한 오큘러스VR(Oculus VR)과 유사한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다.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기업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액티비전 블리자드, 닌텐도 등 모바일·인터넷·게임 업계 거물이다. 특히 소니는 이달 플레이스테이션4용 가상현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모피어스(Morpheus)’를 선보이면서 유력 인수자로 떠올랐다.
컨설팅업체 케이제로(KZero) 월드와이드의 닉 미트햄 최고경영자(CEO)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닌텐도처럼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어하는 게임 기업은 가상현실 기업의 유력한 잠재 인수자”라고 설명했다.
잔 지오트겔룩 버툭스 옴니 창업자는 “우리에게 접근하려는 투자자의 서류가 넘쳐난다”고 토로했다. 이달 민간 투자자·기관과 200만달러(약 21억3800만원)의 벤처 투자 유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110만달러(약 11억7600만원) 초기 투자도 받았다.
버툭스 옴니는 러닝머신 형태 기기에서 걷고 뛰고 점프하면서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로 360도 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한 기기를 개발했다. 오큘러스의 ‘오큘러스 리프트’와 유사하다. 499달러(약 53만원)로 3000개의 예약 주문을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레콘 어낼리틱스의 로거 엔트너 애널리스트는 “버툭스 옴니는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비디오게임 기기 업체를 비롯 구글 등 글라스를 만드는 업체의 인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주목했다.
다른 가상현실 기업 아베간트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이 회사 에드 탕 CEO는 “군대부터 의료기기 업체까지 광범위하게 우리 회사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간트는 게임을 즐기거나 영화시청도 할 수 있는 헤드마운트 기기 ‘글리프(Glyph)’를 내놓은 상태다. 글리프는 망막에 직접 이미지를 투영해 멀미 현상을 줄이는 기술까지 가졌다. 역시 킥스타터에서 150만달러(약 16억원) 투자를 받았다.
뷰직스는 방위산업을 위한 가상현실 안경을 만드는 업체로 역시 투자 요청이 봇물을 이룬다. 폴 트레이버스 뷰직스 CEO는 “아이팟이나 플레이스테이션과 결합할 수 있으며 다음 세대 PC의 시작”이라며 “투자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으며 이미 제안도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상현실이 스마트폰 이후의 모바일 세상을 좌우할 것이란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가 “가상현실이 모바일 다음에 올 PC 플랫폼을 이끌 핵심 기술”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F게이트는 “오큘러스 인수는 페이스북이 애플·구글이 점령한 스마트폰·태블릿PC 이후에 올 세상을 준비한다는 것”이라며 “보다 실제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기 개발 경쟁은 뜨거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인수 물망에 오른 미국 주요 스타트업 (자료:SF게이트)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