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전국 지자체 과학기술원 추진 `너도나도`

전국 지역별로 ‘너도나도’ 과학기술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국가 차원의 특성화 대학 육성에 관한 전반적인 체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육부는 대학 신입생 감소 추세에 따라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면에, 전국 5개 지역에서는 되레 대학 수를 늘리는 과학기술원 설립을 위한 관련 법안을 발의해 정치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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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과학기술원을 설립하면 소속이 교육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바뀌면서 일반대학처럼 예산을 나눠먹기보다는 대학 특성화에 따른 집중 지원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지역 입장에서 보면 고급 인력양성과 지역산업 특성에 맞는 연구 능력 배양이라는 측면에서 일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과학기술원 설립 한 곳에 대략 4000억원가량이 들어가는 데다 대학 입학생이 해마다 줄고 있어 대학 간 신입생 모집을 놓고 갈등마저 우려되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원법에 의한 대학설립은 지난 1971년 고급과학기술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처음 만들어졌다. 1993년엔 광주과기원이 첨단과학기술분야 석·박사 인력을 양성하는 정부출연 연구중심 대학원으로 출발했다. 학사과정은 2010년 개설했다.

대경과기원은 2004년 과학기술연구원(출연연)으로 출발해 2008년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석사와 박사 연구인력 모집 및 양성이 가능해졌다.

2012년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이 발효되면서 해양과학기술원이 설립됐다. 현재 해양과학대 등과 협력 아래 대학원대학교 석사과정을 운영 중이다. 경기 안산에 위치해 있으나 조만간 부산 혁신도시로 이전할 계획이다.

엄밀하게 과학기술원법에 근거를 둔 대학은 현재로는 대전과 광주, 대구, 경기에 총 4개인 셈이다.

여기에 추가로 전국에서 현역 국회의원에 의해 과학기술원법이 발의된 지역 및 분야로 창원(김성찬 의원), 부산(김세연 의원), 부산경남(김성찬 의원), 전북(유성엽 의원), 한국방사선의학(하태경 의원) 등 총 5건이 있다. 울산과기대는 국립대학법인을 과학기술원으로 지위를 변경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정갑윤 의원)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경남과 부산은 지난해 과학기술원 공동 유치에 합의했기 때문에 법 논의과정에서 내용이 조정될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제주는 지난 12일 제4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을 확정하며 생물·풍력 자원 등을 활용한 첨단산업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부터 2017년까지 국비 3065억원, 지방비 194억원 등 3259억원을 들여 가칭 ‘국립제주녹색과학기술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계획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녹색과학기술원법 제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조만간 지역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충북에서는 바이오기술(BT)과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등을 융합하는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을 위한 ‘보건과학기술원’ 설립이 지역 숙원 사업으로 돼 있다. 이 보건과학기술원은 지난 2002년 국회 차원서 추진된 바 있고, 2008년엔 김대중 대통령이 설립을 검토한 바 있다.

학부와 대학원 과정에서 유전체학, 단백질체학, 조직공학, 생체재료학, 나노, 로봇틱스, 신호제어, 실험동물, 임상시험, 독성제어, 유전독성, 독성약리약물 등을 연구하는 특성화 대학을 원하고 있다.

또 새누리당 충북지사 예비후보가 ‘충북과학기술연구원’ 설립을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KAIST 등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나 당선 여부에 따라 대구경북과기원처럼 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할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은 설립 당시 연구기관으로 출범했으나, 2008년 법률개정을 통해 인력양성기능을 수행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 기능이 변경된 전례가 있다.

김영선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도 최근 경기과학기술원 설립 추진을 선언했다. 강원에서도 독자적인 과학기술 및 인적자원 양성 등을 위해선 강원과학기술원이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포스텍도 차제에 과학기술원법에 따라 민간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에서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이 그대로 모두 통과되면 6개가 새로 생기고, 현재의 4개에 제주 1개, 충북 2개, 포스텍, 강원, 경기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과기원 수는 16개나 되는 셈이 된다.

개당 매년 평균 600억~2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볼때 매년 최소 9600억원에서 최대 3조2000억원까지 추가 예산이 필요한 셈이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박사 및 석사, 학사 학위과정을 모두 법안에 담아놓은 창원이나 부산 경남, 박사와 석사과정만 정한 전북이나 한국방사선의학 부문 공히 5년간 적게는 3259억원(창원, 부산)에서 많게는 4347억원(부산경남)까지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지자체가 부담하는 지방비는 194억~492억원까지 지역별로 2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정부 입장에서 지역별 요구를 다 들어주면 좋겠지만, 과학기술원을 설립하는데는 대략 5년간 4000억원 전후의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예측하며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계 눈치를 보느라 노골적으로 내놓고 반대 입장을 내지도 못한다. 해당 의원에 ‘찍히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예산 때문에 모든 요구를 들어주고 싶어도 그럴수 없는 처지”라며 “다만, 울산과기대를 국립대학법인에서 과학기술원으로 지위를 변경하는 안에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력 수요에 비해 향후 공급초과도 주위의 우려를 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원법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인력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신규공급이 116만3500명으로 예측된 반면에 신규 수요는 91만7000명으로 공급대비 수요비중이 7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만간 신규 과기인력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학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2018년 이후에는 고교졸업자 수보다 대학입학 정원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새로운 과학기술원 설립시 학부의 경우 우수신입생 유치 측면서 해당지역 대학과 치열한 경쟁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민병주 의원(새누리당)은 “이번 법안 상정에는 과학기술원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더이상 과학기술원이 만들어지는 것은 맞지 않고, 현재 지정돼 있는 국립대 거점대학을 잘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한국과학기술원법 및 광주과기원법, 대구경북과학기술원법,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은 시행중.

(자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자료 교육부)

[이슈분석]전국 지자체 과학기술원 추진 `너도나도`
[이슈분석]전국 지자체 과학기술원 추진 `너도나도`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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