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내비게이션·노트북 등에 쓰이는 위성항법장치(GPS)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기능이 됐다. 정확한 위치를 추적해 길안내를 하거나 긴급전화시스템(e콜)에 응용해 재난 구조에 활용되기도 한다.
유블럭스코리아(대표 김수한)는 고감도 GPS 칩·모듈 분야 세계 1위 업체다. 지난 1997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유블럭스는 2007년 한국 지사를 세우면서 전략적 시장으로 키우고 있다. 산업용·차량용 등 고성능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물량이 많지만 기술 기준이 낮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스마트폰 분야에 진입하지 않고 연구개발(R&D)을 통한 신기술 확보에 주력해왔다.
반도체 칩 개발만 주력하는 팹리스와 달리 칩·모듈·솔루션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면서 고객 밀착형 영업활동을 편다. 고객의 선택에 따라 칩이든 모듈이든 제공할 수 있는 체제다.
김수한 지사장은 “서버용·산업용 GSP 모듈은 위치와 시간이 아주 정확해야 해 직접 모듈과 솔루션까지 제작하는 게 신뢰성을 높인다”며 “장기 계획을 갖고 R&D를 하면서 제품 질을 보장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후발주자들이 기술력을 키우면 한 차원 더 앞선 기술을 선보이면서 따돌리는 전략을 구사한다.
유블럭스 제품의 강점은 세계 거의 대부분의 위성 규격, 통신 규격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미국식 GPS, 갈릴레오(유럽식), 준천정위성(QZSS·일본식), 글로나스(GLONASS·러시아식), 베이두(BeiDou·중국식)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국제위성측위시스템(GNSS) 수신칩을 개발했다. 유럽형 2세대 동기식(GSM)·비동기식(UMTS), 고속패킷접속(HSPA+), 유럽식 2.5G(GPRS), 3G 광대역부호다중접속(WCDMA), 4G 롱텀에벌루션(LTE)을 망라하는 이동통신 신호를 송수신할 수 있다.
국내에는 엔지니어 2명을 포함한 7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고 꾸준히 직원 수를 늘릴 계획이다. 통신사업자와 삼성전자·LG전자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김 지사장은 “창업멤버가 그대로 남아 제품 개발을 할 정도로 오랜 노하우가 집약된 회사”라면서 “최고의 기술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수한 유블럭스코리아 지사장
“올해부터 자동차 회사와 공조해 내비게이션 시장 등을 적극 공략하겠습니다.”
그동안 산업용 위성송수신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 온 유블럭스는 세계 자동차 GPS 시장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애프터마켓(이용자가 별도 구매해 장착하는 부품 시장) 위주로 공급해왔다. 김 지사장은 “자동차에 장착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며 “내년 말 본격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3D 추측항법 칩 ‘UBX-M8030-Kx-DR’를 새롭게 선보였다. 빌딩이 밀집한 도심이나 다층 교차로, 주차 타워 같은 곳은 인공위성 신호를 받을 수 없거나 층고를 구분하기 힘들다. 이 칩을 사용하면 3차원으로 움직임을 추적해 운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GNSS 시스템과 개별 휠 속도, 자이로스코프, 가속도계 정보를 조합해 빠른 속도로 위치 값을 계산해낸다.
신제품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발표했다. 김 지사장은 “세계 15개국에 지사가 있고 고객사도 세계적으로 흩어져 있지만 한국 시장은 통신 기술과 요구 수준이 높아 테스트베드로 역할을 한다”며 “향후 출시될 제품들도 국내에서 빠르게 선보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