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담보 대출사기 극성···지난해 분쟁 중 절반에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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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20만원이 필요했던 대학생 A씨. ‘휴대폰 개통하면 30만원 바로 드립니다’는 문자메시지에 속아 본인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했다. 석 달 뒤 대출금을 갚으면 해지 처리되고 본인에게 청구되는 휴대폰 요금은 없다고 했지만 두 달 후부터 70만원에 가까운 휴대폰 할부금과 전화사용 미납요금 통지서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노린 휴대폰 담보 대출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휴대폰 개통을 담보로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인 후 가개통으로 대포폰을 만들어 범죄나 불법스팸 발송에 악용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일반 대출신청을 위해 신용카드와 공인인증서 정보를 제공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이 개통돼 요금이 과금되는 피해 사례도 나왔다.

25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통신민원조정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이통사를 거쳐 센터로 넘어온 분쟁조정접수 건수는 1042건이다. 709건이었던 재작년보다 300여건이 늘었고 415건이었던 2011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전체 분쟁 중 40~50%가 휴대폰 담보나 일반대출사기라는 점이다.

과거엔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명의도용이 빈번했다. 센터에 접수되는 분쟁도 명의도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엔 ‘명의대여에 의한 사기’가 늘어났다. 본인이 스스로 명의를 제공한 때에는 ‘제3자에 의한 명의도용’으로 판단할 수 없어 해결이 더욱 어렵다.

대학생 A씨는 대출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것은 분명하지만 본인이 직접 명의를 제공했기 때문에 사업자 과실로 처리하기가 어렵다. 대출을 위해 온라인에서 신용카드와 공인인증서 정보를 제공하는 때도 마찬가지다. 두 사례 모두 사법기관에서 대출업자를 검거한 후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대포폰이 범죄에 악용되면 본인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청과 관련 정부부처에서는 대포폰이 범죄에 쓰인 때에는 범죄자뿐만 아니라 개설 명의자도 처벌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신용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한 사람이 최다 9대까지 휴대폰 개설할 수 있어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일도 많다. 불법 단체 스팸문자 발송에 악용돼 3000만원 요금을 청구 받은 사례도 나왔다. 10만~20만원이 없어 대출을 받은 사람이 사기에 속아 수백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통신민원조정센터는 휴대폰 개통을 담보로 한 대출은 모두 불법이기 때문에 ‘가개통’에 현혹되지 말라고 충고했다. 본인 명의 휴대폰을 개통해 제3자에게 대여한 이후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설명이다. 온라인에서 일반 대출 신청 시 신용카드와 공인인증서 정보를 요구하는 것도 불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통합민원조정센터 관계자는 “젊은 사람보다 노년층에서 ‘남에게 전화기를 개통해줘봤자 그리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다”며 “휴대폰 담보 사기를 막는 방법은 개인이 주의하고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AIT 통신민원조정센터 상담 및 분쟁접수 건수 / 자료:KAIT>

KAIT 통신민원조정센터 상담 및 분쟁접수 건수 / 자료:KAIT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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