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픈소스 기반 독자 운용체계(OS) 개발을 추진하면서 ‘한국형 OS’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안정성과 호환성 문제로 지지부진했던 OS 개발이 성공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검토하고 있는 한국형 OS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리눅스가 오픈소스 OS여서 개발자나 사용자가 쉽게 수정·배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환경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호환성 등 문제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지난 200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한국형 표준 리눅스 ‘부요’를 발표했다. 부요 개발 프로젝트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가 특정 기업에 종속된 OS 대안으로 등장했다. 리눅스는 소스가 공개돼 있기 때문에 사용자 커뮤니티 등에서 OS와 프로그램을 수정할 수 있다. OS 호환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부요는 ‘데스크톱 규격 및 서버’ 단체 표준으로 채택된 상태다.
당시 개발을 주도한 김명준 ETRI 박사는 “공공기관 사용자를 중심으로 기술지원 네트워크를 구성해 부요 사용 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부요를 바탕으로 공개 SW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에서도 자체 리눅스 배포판 개발에 관심을 가졌다. 한글과컴퓨터는 중국·일본·베트남·태국 기업과 함께 ‘아시아눅스’ 개발에 참여했다. 국가별 SW 환경에 최적화하고 공통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했지만 국내에서 사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2000년대 초반까지 미지리눅스, 파워리눅스, 엑셀리눅스, K리눅스 등 많은 국내 배포판이 있었지만 MS 윈도가 인프라처럼 구축된 국내 상황 때문에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티맥스소프트도 자체 OS를 공개한 적 있다. 2009년 공개된 ‘티맥스 윈도9’은 MS 윈도와 유사한 형태의 OS로 평가받고 있다. 유닉스 계열 포직스(POSIX) 커널로 운용하는 티맥스 윈도9은 속도와 호환성 문제로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사례를 남겨 업계에서 비판받기도 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MS 윈도 지원 서비스 종료 문제 때문에 자체 OS 개발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리눅스 배포판인 ‘우분투’를 기초로 정부판 OS를 지난해 개발해 발표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서 만든 ‘우분투 기린’은 지난달까지 130만건 이상 다운로드된 것으로 집계됐다. 우분투를 만든 캐노니컬이 중국 리눅스 사용 활성화를 위해 직접 기술 지원에 나서고 있다. 독일에서도 리눅스 기반 OS를 공공기관과 대학을 중심으로 사용하고 있다.
심호성 공개SW협회 부회장은 “기존 OS와 중복되지 않는 차원에서 임베디드 등 미래 기술에 대응하는 OS 개발이 필요하다”며 “개발자뿐 아니라 사용자도 참여해 오픈소스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개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