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선도업체들의 기술경쟁으로 시장구도 바뀔 듯
10나노대 핀펫(FinFET) 기술을 놓고 세계 반도체 3강인 삼성전자·인텔·TSMC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14나노 핀펫 기술을 확보해 양산 준비에 나섰고, TSMC는 16나노 핀펫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 선도업체들의 핀펫 기술 경쟁은 시스템반도체 시장구도 변화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14나노 핀펫 설계·공정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여러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체와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사 AP인 엑시노스에 14나노 공정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퀄컴·애플 등 AP 설계 업체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텔은 이미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완제품 칩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팹 단계에서 14나노 공정 안정성 검증을 완료했고, 후공정 패키징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인텔은 지난 2012년 중국 청두 공장에 14나노 핀펫 후공정 시험생산 라인을 처음 구축했다. 올 상반기에는 남미 코스타리카 공장에도 14나노 핀펫 후공정 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미 22나노 공정에 핀펫 기술을 도입한 바 있어 14나노 공정 완성도나 안정성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PC·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가 아닌 모바일 AP에서 얼마나 성능과 저전력을 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텔은 모바일 AP용 14나노 핀펫 공정 개발은 미국 본사 챈들러에서 별도로 진행 중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16나노 핀펫 공정에서 AP를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14나노 핀펫 공정에 비해 웨이퍼 면적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생산 수율을 잡는 데 16나노 공정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TSMC는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올 하반기 14나노 핀펫을 내놓는 것을 감안해 칩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16나노 핀펫 플러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프로세서뿐 아니라 S램 등 메모리 테스트에서도 좋은 결과를 냈다”며 “AP 및 파운드리 시장에서 3사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4나노 핀펫 시대를 기회로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TSMC가 28나노에서 20나노로 공정을 전환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28나노에서 14나노 핀펫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크다. 현 AP 시장 구도에서는 엑시노스에 20나노 공정을 도입한다 해도 ‘애플+TSMC’ 연합과 퀄컴을 추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14나노 핀펫 공정을 도입해 엑시노스 성능을 끌어올린다면 AP 시장에서 퀀텀 점프를 이룰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도 14나노 핀펫 공정이 중요하다. 14나노 핀펫 공정에서 안정적으로 칩을 생산할 수 있다면 퀄컴뿐 아니라 TSMC로 돌아선 애플과도 다시 손잡을 공산이 크다.
최근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 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세웅 부사장은 오픈 파운드리 사업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대대적으로 바꿨을 뿐 아니라 파운드리 업계 영업·마케팅 전문가들도 임원급으로 영입했다. AP설계팀 외에 디자인센터 출신 핵심 인력도 최근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거 배치됐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텔을 제외하면 핀펫 기술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며 “내년 초 AP뿐 아니라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활약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핀펫(FinFET)
기존 2차원 구조인 반도체를 3차원 입체 구조로 설계해 누설 전류를 줄인 기술이다. 트랜지스터 구조가 물고기 지느러미와 비슷해 핀펫이라고 불린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