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프리미엄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한 과제

지난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표준화기구(ISO) 이사회에서는 ISO가 2020년까지 어떤 비전을 갖고 표준 수요자에게 다가가고 편리하면서도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 같은 논의는 공적표준화기구인 ISO 못지않게 사실적 표준화 기구와 포럼들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특히 이들 기구와 포럼은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가면서 표준 수요자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ISO는 더욱 위기의식을 가지고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할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추가 논의를 거친 후 2015년 9월 서울에서 열리는 ISO 총회에서 확정될 계획이다.

표준화 활동은 어느 산업을 막론하고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표준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산업의 명운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 우리나라 모바일 시장의 예를 들어보자. 그 당시 우리나라 모바일 시장은 70~80여개의 제한적 애플리케이션만을 사용할 수 있는 피처폰이 중심이었으며, 소비자 선택권은 제한됐으며 이른바 ‘갑’이 아닌 개발자도 큰 고충을 겪어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정부가 더 잘 되도록 지원해 준다는 생각에서 추진한 소프트웨어 표준 ‘위피(WIPI)’가 오히려 생산자 및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 머물게 만들었다. 애플 아이폰과 앱스토어의 등장으로 우리나라 모바일 산업이 큰 위기를 맞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모바일 제조사들은 하드웨어 성능과 경쟁력 있는 디자인, 그리고 구글을 비롯한 반 애플 진영의 단결 등으로 위기를 잘 극복했다.

하지만 최근 급속히 포화된 모바일 시장의 경쟁을 극복하기 위해 모바일 기기 및 관련 부품 기업들은 융합IT를 도입한 스마트카 등 자동차 부문으로 신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 같은 기술 융합의 메가트렌드는 향후 IT의 빠른 발전과 함께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또 개인의 취향 및 차별화에 대한 욕구 상승은 소비자 중심의 다양화된 제품 시장 형성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성을 극대화하는 기반으로서 표준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도 최근 소비자의 선택권이 비교적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년 전 모바일 시장처럼 아직까지 선택권이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자유로운 사고의 마니아층에 국한돼 있지만 튜닝산업은 하드웨어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인포테인먼트 분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과 자동차 또는 프리미엄 부품과 자동차가 융합되면서 시너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유모차의 경우만 보더라도 고성능 경량 소재 및 고기능성을 적용한 해외의 프리미엄 제품이 고가여도 인기가 높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스마트 기능과 프리미엄 부품이 결합되면 차별화된 수요를 충족하는 글로벌 수요가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다. 또 자동차 한류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다.

이 같은 산업 변화에 대응해 자동차부품연구원은 지난해 말 전라남도 영암 F1 서킷 부근에 프리미엄자동차연구센터를 개소했다. 센터는 휠, 타이어, 섀시 부품 등의 프리미엄화 연구를 필두로 향후 글로벌 마니아층을 겨냥한 부품 하나 하나가 명품인 핵심 부품 연구개발 확대에 주력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역산업 육성의 모범사례로 발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상임금이나 생산성 이슈로 우려가 큰 한국 자동차 산업이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으로 거듭 발전할 수 있다. 또 표준이 규제로 인식되기보다 다양성이 춤출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용해 글로벌 수요자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허경 자동차부품연구원장(국제표준화기구(ISO) 이사) nice@kate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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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 자동차부품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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