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위기의 디스플레이산업, 열쇠는 역발상적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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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기의 교량 역할을 하는 정보 디스플레이는 창조경제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진화하는 차세대 먹거리의 중추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산업은 1990년대 정부의 전략적 육성 의지와 민간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미국, 일본과 유럽을 제치고 세계 일등 국가의 위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엄청난 인적·물적 자원과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강국의 대열에 진입하면서 한국은 위기를 맞고 있다. 선두 주자의 위치에 안주해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소니의 워크맨과 폴라로이드의 즉석 카메라 등 아날로그 방식을 탈피하지 못했던 일본 전자산업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우리는 지켜봤다. 지금 한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재도약의 해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다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디스플레이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이미 생산 기술은 중국과의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어 바로 우리 턱밑까지 쫓아와 있고 상용제품의 세계시장은 포화된 지 오래다. 디스플레이 자체로 산업 경쟁력을 찾을 것이 아니라 소재-부품-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전체 가치사슬을 되돌아보는 역발상적 창조가 필요하다.

디스플레이는 유리나 플라스틱 등 최하단 기판에서 출발해 액정디스플레이(LCD)에는 액정 재료, 그 뒤를 잇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는 유기발광재료를 핵심 소재로 한다. 디스플레이는 그 자체로도 큰 산업이지만 소재에서 시스템(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전후방 산업의 규모는 훨씬 방대하다. 그런 차원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이 우리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먼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디스플레이의 성능과 용도를 한걸음 먼저 예측해 보자. 기술적으로는 고화질 사진·동영상을 3차원으로 볼 수 있어야 하고,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용도에 따라서는 이동성이 핵심이 될 수 있다. 거기다 예술적인 디자인이 결합되고 인간의 감성과 교감할 수 있을 정도로 살아있는 느낌을 줘야 한다. 응용 분야로는 방송·교육·의료·문화 등의 고유 영역을 넘어 타 주력 산업과 융합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

전체 가치 사슬 측면에서 이를 다시 살펴보자.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기판을 예로 들면, 평면 TV 대신 곡면 TV를 만드는 데 플라스틱처럼 휘는 기판이 필요한 것은 누구나 예상한다. 하지만 옷처럼 입는 망토 디스플레이나 핸드백 디스플레이를 상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바로 이것이 발상의 전환이다.

이렇게 혁신적으로 진화된 디스플레이의 개념 정립과 가볍고 얇고 질기며 우수한 성능을 가진 기판 소재 중 무엇이 선결 요건인지는 해당 국가의 소재 산업과 완제품 간의 상대적인 기술 수준과 시장 경쟁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세계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재-완제품 산업의 동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소재 측면에서 또 다른 예로서 유기발광재료는 두 전극을 가진 OLED와 세 전극을 사용하는 유기발광트랜지스터(OLET) 디스플레이 모두에 요구되며 향후 기술 발전과 서로 간의 장단점으로 인해 치열한 경쟁 상대가 될 것이다.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의 태동기부터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 해소, 독자 기술 축적, 세계 1위 달성과 위기에 직면한 지금까지의 산업 성장 과정을 통해 본 시사점은 하나다. 신산업이 창출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요소는 같다는 점이다.

정부와 산학연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민간의 전략적이고 과감한 투자, 소재-부품-시스템 기업의 동반 성장, 정부의 관련 규제 혁파, 창의적 인재의 지속적 양성 그리고 세계 시장의 조기 개척이 그 밑바탕이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sidlee@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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