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 도청 프로그램이 항간의 예상보다 더 방대하고 치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NSA 도청 행위를 폭로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기밀문서를 토대로 NSA가 한 나라 모든 전화통화를 녹음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대상의 전화 내용이 아닌 타깃 국가 전체가 도청된 것이다.

NSA는 지난 2009년 전화도청 프로그램 가동을 시작했다. 미스틱(MYSTIC)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2011년부터는 레트로(RETRO)라는 기술을 사용해 특정 타깃 국가 한 곳의 모든 통화를 도청했다.

레트로는 ‘회고검색’이라는 의미의 ‘Retrospective retrieval’의 줄임말이다. 전화 음성 데이터를 최장 한 달간 보관하며 다시 검색해 듣는 것이 가능하다. 수집된 음성 데이터는 한 달이 지나면 새로 수집된 데이터로 교체되며 삭제된다.

NSA는 도청으로 수집한 전화 음성 데이터를 한 달간 보유하며 관심 내용을 분석했다. 실제 분석한 음성 데이터는 관심 내용에 해당하는 1%에 불과하지만 모든 국가 통화를 대상으로 한 만큼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가들은 매달 선별된 수백만개의 전화 음성 데이터 파일을 정보 처리와 장기 보관을 위해 전송했다.

도청 행위가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들로 확대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해 미국 정보기관 예산안에는 미스틱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국가로 5개국이 더 명시돼 있다. 2011년에 도청이 이뤄진 1개 국가 이외에 5개국도 도청 대상 국가였음을 암시한다. 최소한 여섯 개 이상 국가에서 대대적인 도청이 시행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산안에는 현재 프로그램 가동여부와 향후 계획에 대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케이틀린 헤이든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관련 내용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며 “어떤 상황에서는 새로운 위협을 감지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내용을 전하며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도청된 국가나 해당 국가를 암시할 만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