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 26262는 자동차 전장부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1년 11월 제정된 차량 기능안전(Functional Satety) 국제표준이다. 3.5톤 이하 승용차량에 탑재된 전장부품이 대상이다. 총 10개 파트에 걸쳐 제품의 구상 단계부터 개발 생산 및 운영, 사후지원에 이르는 제품수명 전 단계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능안전 요구사항을 기술하고 있다. 한마디로 부품 개발 부서뿐만 아니라 구매와 품질, 생산, 생산 기술 등 회사 전 부서의 활동이 자동차 안전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이들의 활동 규칙을 상세히 규정해놓은 것이다.
규정에 따라 어떤 활동을 했는지 상세히 기록한 것을 ‘산출물(Work Product)’이라고 한다. 이 산출물이 130여개에 달한다. 산출물 1개가 수백페이지를 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방대한 작업이어서 ISO 26262 도입 초기 업체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ISO 26262를 ‘문서 작업’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형식적인 문서 작성보다는 결국 ‘기술력’을 확보하자는 게 ISO 26262 제정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ISO 26262는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 탄탄한 기술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를 오해해 기술력보다는 문서 작성에 치중하는 부품 업체가 있다면 결코 완성차 업체의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SO 26262를 제정한 데에는 드러난 것과 드러나지 않은 많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핵심적인 이유는 물론 ‘안전한 자동차 제작’이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전장부품이 너무 복잡해져 언제 어디서 오류를 일으킬지 알 수 없는 상황을 통제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부품 제작 과정을 엄밀히 규정하고 그 과정을 기록해 오류를 줄이고 오류 발생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또 기록된 자료는 자동차 오작동과 관련한 소송에서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된다.
다른 한편으로 ISO 26262가 세계적으로 동시에 적용되면 부품 업체의 글로벌 평준화라는 효과를 가져온다. 전세계 모든 부품 업체가 똑 같은 기준에 따라 부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품질이 동등해지는 것이다. 이는 완성차 업체에 대단히 유리하게 작용한다. 한 두 개 부품업체에 휘둘리는 일 없이 전세계에서 부품을 싼 값에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우리나라 완성차 및 부품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