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이머 천민기 선수가 챔피언스 대회에서 승부조작을 했다고 폭로한 뒤 자살을 시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승부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e스포츠 업계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울 전망이다.
AHQ코리아의 LoL팀에서 활동해온 천 선수는 13일 새벽 한 게임 커뮤니티에 AHQ코리아 노대철 감독의 지시로 승부조작을 했으며 팀이 대만 본사로부터 공식적인 후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폭로했다.
천 선수는 이 글을 게재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를 했으나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 선수는 AHQ코리아 노대철 감독이 도박을 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을 권유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AHQ코리아는 노대철 감독이 불법 베팅 사이트를 하기 위해 만든 팀이고 팀원들은 이 사실을 몰랐으며 각종 거짓말로 승부조작에 연루되게 만들었다”며 “팀원들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대놓고 승부조작을 권유해왔다”고 밝혔다. 또 “이를 거절하자 시즌 도중에 컴퓨터를 팔고 숙소 계약을 정리하는 등 숙소 연습환경을 없애고 팀을 해체했다”고 전했다.
천 선수에 따르면 대만 AHQ는 브랜드 이름과 장비만 지원했을 뿐 공식 후원을 하지는 않았다. 숙소비, 생활비, 컴퓨터, 선수 월급 등은 감독이 빌린 돈으로 충당해왔다. 천 선수는 AHQ 본사 매니저와 직접 이야기해 알아낸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도박을 위해 승부조작을 벌인 정황도 상세히 기록했다. 천 선수는 지난해 열린 LoL챔스 중 KT불리츠, CJ프로스트와의 경기에서 모두 선취점을 내주고 지는 것으로 승부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천 선수는 “더 도전할 수도 있고 잘할 자신도 있었지만 숙소에서 겪은 심리적 압박과 승부조작 충격 때문에 다시 연습에 매진하기 힘들었다”며 “그렇게 내 프로 인생이 끝났고 이후에는 허탈감만 남았다”고 털어놨다. 또 “다음 생에는 우연이라도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겠다”며 “승부조작만이 아니라 인생에 너무 많은 힘든 일이 있어 떠난다”고 자살을 암시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측은 “해체한 AHQ코리아는 협회 소속 팀은 아니었지만 선수 보호를 위해 이 사건에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대책팀을 꾸리고 선수가 입원 중인 병원에 팀장을 파견해 면밀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또 “경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해당 선수와 전 소속 선수들을 직접 방문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살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