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신일산업 회장 "평생 바친 회사 적극적 방어하겠다"

“수출용 공장을 지으려고 천안 입장면에 1만700평의 땅을 샀습니다. 그런데 그 땅을 우리에게 판 사람이 법인을 세우고 주식을 사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3개년의 탄탄한 경영 계획을 세워놨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차질이 있을까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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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5년 선풍기 역사를 써온 신일산업의 김영 회장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 회사에 평생을 바쳐왔다. 신일산업은 1959년 설립된 후 국내 최초로 전기모터를 개발하고, 1970~1980년대 선풍기 시장의 강자가 됐다.

그러나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로 회사가 위기에 직면하자 2002년에는 송권영 대표를 영입해 함께 불철주야 뛰어다녔다. 급기야 2004년 자본잠식에 빠지자 김 회장은 사재를 털어 넣었다. 직원들은 퇴직금을 반납하는 등 10년 간 회사 정상화에 힘썼다. 이제야 한 숨 돌리려는 차에 적대적 M&A 시도로 하루아침에 최대주주가 바뀌는 일이 생겼다.

그는 “회사가 그동안 어려워서 흑자를 못 내고 있었고, 경영권 방어에 신경을 쓰지 못해 이런 일이 터졌다”며 “황귀남 등 3인은 경영 경험이 있지도 않은 사람들로, 회사 발전이 아닌 불순 의도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일산업은 김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9.90%(503만주)다. 개인 투자자가 지분을 확보하고 다른 주주와 의결권 공동 행사 계약을 체결하면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공인노무사인 황귀남 등 3명은 경영 참여 목적으로 신일산업 지분 11.27%(573만주)를 확보했다. 이들은 수원지방법원에 ‘주주총회 의안상정 가처분신청서’를 접수했다.

신일산업에는 ‘초다수결의제’와 ‘황금낙하산’ 조항이 있어 적대적 M&A 측에게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증권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우호지분 확보 노력으로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경영을 잘 하고 신일산업을 키울 사람이라면 몰라도, 업계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평생을 바쳐 일군 회사를 주식 몇 주로 넘긴다면 누가 기업을 키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신일산업을 둘러싼 법원 판결은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김 회장은 “적극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것이고 곧 천안공장이 완공되면 해외 수출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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