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추진된 스마트스쿨 사업에서 핵심 인프라인 무선랜의 성능 검증 벤치마킹테스트(BMT)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는 802.11ac를 새로운 무선랜 표준으로 승인, 기존 규격인 802.11n과 충돌할 수 있지만 사전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사전 성능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전파간섭 등 장애 발생 위험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무선랜 업계에 따르면 인천, 대구, 충남, 충북, 경남, 대전, 세종, 제주, 전남 교육청 등 지금까지 스마트스쿨 무선랜 인프라를 선정한 곳 중 단 한 곳도 BMT를 실시하지 않았다. 해당 교육청은 서류심사와 30분 정도 당일 제안발표만으로 제품을 선정했다. 한 교육청은 19개 업체 발표가 하루 만에 진행됐다. 일부 교육청은 사전 테스트 격인 개념검증(PoC) 결과 몇몇 제품에서 문제가 발견됐는데도 BMT를 실시하지 않고 지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BMT는 실제와 유사한 환경을 구성해 제품 성능을 시험하는 것을 말한다. 100% 완벽한 성능 검증은 어렵지만 사전에 오류를 파악해 최적의 제품을 선정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스마트스쿨 사업 정보전략계획(ISP)은 MB 정부 때 수립됐고 그 사이 무선랜 표준이 달라져 반드시 BMT가 필요하다.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는 지난해 말 802.11ac를 새로운 무선 표준으로 승인했다. 802.11n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 규격이다. 정부가 내놓은 스마트스쿨 무선인프라 참조모델(가이드라인)은 802.11n을 기준으로 마련됐다. 새 표준이 나왔기 때문에 제품 성능 검증이 꼭 필요하다. 일부 업체는 이미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802.11ac 제품을 제안했다.
성능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채 제품이 설치되면 간섭현상과 채널 포화, 속도 저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번 구현되면 되돌리기가 어려운 게 IT 제품의 특징이다. 걷어내고 다시 설치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낭비된다. 그런데도 발주자가 BMT를 실시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프로젝트 기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한 제품당 BMT에 3~5일이 걸리기 때문에 10개만 검사해도 한 달이 넘게 걸린다. BMT 기간 동안 외부 영향력이 미쳐 오히려 공정성이 저하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BMT의 정확도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지난해 무선랜 설치를 마무리한 한 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교육부에서 ISP 사업을 했고 이에 많은 업체가 수긍했기 때문에 별도로 BMT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BMT 결과가 오히려 특정 업체에만 유리할 수 있어 업체 간 불만이 커지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신력 있는 BMT 전문 수행기관이 있다면 의뢰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체가 너무 많아 어떤 선정 방식을 취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스마트스쿨 사업은 중·고등학교 교실을 디지털 기술로 첨단화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콘텐츠 부족 등 여러 이유로 올 초 스마트스쿨 전략 재검토에 들어갔다. 업계는 새로 마련될 스마트스쿨 전략에는 BMT 의무화를 포함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무선랜 업체 사장은 “특별히 성능을 검증할 방법이 없는데도 발주자인 교육기관은 제안 업체의 얘기를 지나치게 믿는 경향이 있다”며 “제품 구매 이후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스마트스쿨 위한 무선랜 선정 교육청 /자료:업계종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