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게임 룰을 바꿨다]<10>‘행동하는 천재 창업가’ 엘론 머스크

“엘론 머스크는 내 롤 모델이다.”

지난 1월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한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한 말이다. 스페이스X의 창조적 혁신 경영을 항우연에 도입, 한국형 발사체 개발 등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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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스무살도 넘게 어린 사람을 ‘롤 모델’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김 원장. 그가 칭송하는 엘론 머스크는 누구인가.

작년 말 미 포천지는 ‘올해의 기업인’으로 50인을 선정했는데, 그 중 1위가 바로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였다. 포천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성장을 이끈 그의 대담함과 끈기를 높게 평가한다”며 엘론을 1위로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엘론의 지휘 아래 지난해 테슬라의 매출은 20억달러(약 2조1200억원)를 돌파, 전년 대비 12배 증가했다. 주가도 4배 이상 뛰었다.

엘론은 온라인 결제 서비스업체인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였다. 지금은 로켓 제조사인 스페이스X의 CEO와 태양광업체 솔라시티의 회장도 맡고 있다. 포천은 “엘론은 (다른 기업인에 비해) 3배로 위협적인 존재”라고 표현했다. 올해 테슬라에서 받는 엘론의 연봉은 단돈 1달러. 하지만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그의 총 재산은 77억달러(약 8조원)에 달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엘론은 1971년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캐나다계, 아버지는 영국계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익힌 엘론은 12살 때 자신이 개발한 ‘블라스터’라는 비디오게임용 컴퓨터 코드를 500달러에 팔면서 일찌기 사업가 수완을 발휘한다.

17살이 되던 해인 1988년 엘론은 어머니의 나라로 떠나, 캐나다 국적을 획득한다. 남아공의 병역의무를 피한 것이라는 비난이 일자, 그는 “캐나다 국적을 갖고 있는 게, 차후 미국 시민권을 얻는데 유리할 것 같아서였다”고 해명했다. 그의 희망대로 엘론은 캐나다 킹스톤대학 2학년 때인 1992년 미국 펜실베니아대로 옮긴다.

10년 뒤인 2002년 미 시민권을 획득한 그는 친동생 킴벌 엘론과 함께 웹SW 업체인 ‘집2(Zip2)’를 설립, 첫 사업을 시작한다.

이후 1999년 X닷컴을 공동 설립한 뒤, 페이팔로 사명을 변경하며 미국 최대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로 키워 이베이에 팔았다. 이 과정에서 엘론은 15억달러(1조6600억원)라는 큰 돈을 거머줬으나, ‘부자 놀음’은 그답지 않은 선택였다.

엘론은 이 돈을 종자삼아 그 해 바로 우주화물회사 스페이스X를 설립, ‘팔콘9’ 로켓으로 무인 우주화물선 ‘드레곤’을 국제 우주정거장(ISS)에 성공적으로 도킹시켰다. 스페이스X는 현재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발사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우주발사체 비용을 기존보다 10분의 1로 줄인다는 게 엘론의 목표다.

스페이스X 설립 이듬해에는 또다른 회사, 테슬라모터스를 차린다. 전기차 전문업체인 테슬라는 ‘모델S’를 내놓아 대박을 터뜨렸다. 모델S는 지난해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를 이어 ‘가장 많이 팔린 럭셔리 자동차’에 이름을 올렸다. 모델S는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평가에서 사상 최고 점수를 받으며 안정성까지 입증했다.

엘론의 최대 장점은 ‘창조적 엉뚱함’이다. 지난해에는 서울과 뉴욕을 불과 2시간만에 주파할 수 있는 초고속 진공튜브 열차 ‘하이퍼루프(Hyperloop)’ 디자인을 공개했다.

007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잠수함차’도 엘론의 관심사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아프리카의 코흘리개 소년은 제임스 본드가 버튼을 누르면 잠수함으로 변하는 ‘로터스 에스프리’를 보고 열광했다”며 “테슬라의 기술을 활용해 잠수함으로 변하는 자동차를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애플과의 인수합병설이 나오면서 테슬라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엘론은 “애플의 애드리언 페리카 인수합병(M&A) 총괄 책임자와 대화를 가진 적은 있다”면서도 “당시 미팅에서 인수 관련 내용이 논의됐는지 여부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애플이 테슬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 회사의 걸출한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 등 주력제품에 접목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에 참석한 엘론은 자신을 ‘애플 엔지니어’라고 밝힌 한 방청객이 기습 질문한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을 애플에 제공할 의향이 있냐’는 물음에 “현행 테슬라 배터리의 규격을 변경하면서까지 애플에 공급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신경전을 펼쳤다.

두 번의 결혼 이후 현재 미혼 상태인 엘론은 캐나다 대학에서 캠퍼스커플로 만난 첫 부인과의 사이에 5명의 아들(쌍둥이, 세쌍둥이)을 두고 있다. 그의 첫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남동생 킴벌 엘론은 현재 ‘원라이엇’이라는 소셜검색업체와 식당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여동생 투스카 머크는 머크엔터테인먼트를 설립, ‘퍼즐드’라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막내 여동생 알렉산더 머스크는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현재 솔라시티 CEO를 맡고 있는 린든 라이브는 엘론의 사촌이다.

◇엘론 머스크 약력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생

-1995년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제학 학사,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응용물리학과(중퇴)

-1999년 X닷컴(페이팔 전신) 창업

-2002년 스페이스X CEO 겸 CTO

-2006년 솔라시티 회장

-2008년 테슬라모터스 대표

-현재 엘론재단 회장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