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소·벤처 애로사항 몰라 그간 금융지원 못했나

“관련 기관 민원 분석을 통해 중소·벤처기업 등 금융이용자와 금융회사가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이나 부담을 분석해 개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3일 간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 국정 과제 화두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비정상의 정상화’를 구현할 금융 규제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이야 정부가 당연히 할 일이다. 그런데 또다시 분석해보겠다고 하니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다. 직무 유기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마침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중소기업 CEO 의견조사’ 결과를 이날 내놨다. CEO의 65%가 ‘비정상적 관행과 제도가 많다’고 답했다. 경험뿐만 아니라 실제로 피해를 봤다는 응답자도 60%를 넘는다. 가장 많이 꼽은 문제가 바로 금융·보증이다. 절반이 넘는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납품 문제를 합친 것보다 많다. 중소·벤처기업이 금융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오랜 거래관계와 신용을 쌓은 중소·벤처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가 대출 때 무조건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 신용 평가 결과가 대기업과 같아도 대출 조건엔 차이를 보인다. 대기업엔 인도 정도인 금융사 문턱이 중소기업엔 높은 담벼락이다.

중소·벤처기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혜택을 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아무런 신용도 쌓지 않은 기업에 대출 혜택을 줄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을 차별화한 잣대를 적용하지 말라는 얘기다. 제때 돈을 갚고, 거래 금융사를 옮기지 않은 중소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이 나빠졌다. 대출이 필요했다. 이때 금융사 태도가 확 바뀌어선 곤란하다. 오죽했으면 ‘비올 때 우산 뺏는다’는 말이 나올까.

중소·벤처기업 금융 지원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신용을 쌓고 세금도 꼬박꼬박 잘 내는 거래 기업이라면 금융사가 그 기업이 크든 작든 차별하지만 않아도 적잖은 힘이 된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은 중소기업 애로점을 분석할 때가 아니라 뭘 할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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