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웨이브(Korea wave)’ 혹은 ‘코리아 피버(Korea fever)’로 부르는 한류 열풍은 지리적 근접성과 문화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가까운 중국, 동남아, 일본 등에서 출발해 중남미를 비롯한 아프리카까지 확대되고 있다. 가요,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를 벗어나 음식, 가전제품, 자동차 등으로 그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가 바로 2013년 5496만명이라는 우리나라 출입국자 수다. 과거 ‘여유로운’ 사람에 의한 또는 ‘먹고살기’ 위한 차원의 여행과 비즈니스 목적에서 벗어나 사회 전분야로 인적자원 교류가 확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기 때문이다.
최근 스위스의 직업교육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위스는 내수시장 규모가 작은 대신 세계적인 국가경쟁력과 과학기술 등 인적자원 중심의 인력개발을 바탕으로 ‘인적자원 경쟁력’ 세계 1위의 위상을 갖춘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 국빈방문 후 수차례 스위스 모델을 강조하고 고용부가혁신 3개년 계획과 관련해 스위스, 독일의 직업훈련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도 창조경제의 근본동력이 우수인재 양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문대학뿐 아니라 전문계고등학교 교육과정 선진화 방안과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적용방안 등 산업현장의 변화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즉, 이를 통해 일과 직업교육훈련 및 자격을 연계하고 능력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평생경력개발 경로 개발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교육 분야 사업을 통해 다양한 국가에 한국형 선진 인적자원개발 모델 및 체계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 하나의 모델이 우리에게도 ‘맨발의 꿈’이라는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강원도 크기의 작은 나라인 동티모르 기술고등학교 재건사업이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모듈별 교육과정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이를 통한 국가역량체계(NQF)와 연계되는 방안이다.
학벌 중심에서 탈피해 학위, 자격증, 훈련경험, 현장경력 등 한 사람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국가가 인증하는 하나의 커다란 자격 체계로 통합하는 것이다. ‘능력 중심 사회 개혁’을 이끄는 새로운 직업교육 패러다임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최대 관심사인 것이다.
영화 ‘맨발의 꿈’으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김신환 감독은 ‘동티모르의 히딩크’로 불리며 오랜 식민지 생활과 내전으로 빈곤에 허덕이는 동티모르에 ‘축구 열풍’을 불러온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동티모르에서 한국인의 인지도는 굉장히 높으며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지원을 하는 다른 선진국보다도 한국을 고맙게 생각한다. 즉, 축구공 하나에서 시작된 동티모르에서의 인연이 작게는 축구에 대한 열풍을, 크게는 ‘희망’과 ‘꿈’을 심어준 것이다.
이런 동티모르에 기술고등학교 교과서, 실습교재와 교사지침서를 개발 보급하고 선진화된 교육기자재를 통해 교사 및 학생들의 학습역량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켜준다는 그 성과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게 나올 수 있다. 이를 통해 우수한 역량을 갖춘 기술인력들이 배출되고 동티모르 현지 산업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한국 산업연수생으로 기술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 제공으로 이어진다면 양국 간 협력은 기술발전 그 이상의 결과물을 가져올 것이다.
이제는 축구 열풍이 아닌 교육 열풍을, 그리고 국가 재건이라는 큰 꿈과 희망에 대한 희망찬 청사진을 그들에게 주고 싶다.
임무호 경기과학기술대 ODA연구소 연구교수 rceo5@gtec.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