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공식적인 가계 빚 ‘1000조원 시대’에 들어섰다. 지난해 10∼12월에는 부채가 28조원 가깝게 늘어나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분기 증가액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3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가계 신용은 1021조3000억원이다. 3개월 전보다 27조7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의 수준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통계다. 예금 취급기관 뿐만 아니라 보험사, 연기금, 대부사업자, 공적금융기관 등 기타 금융기관 대출과 카드사 판매신용까지 포괄한다.
이미 지난 10∼11월 사이에 1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지만 분기 단위로 산출하는 통계인 만큼 공식적으로 1000조원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4년 말 494조2000억원에서 9년 만에 두 배 늘어난 셈이다.
작년 4분기에는 가계부채가 눈에 띌 만큼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중 증가액은 27조7000억원으로 분기 기준으로는 2010년 4분기의 역대 최고치(27조2000억원)도 뛰어넘었다. 민효식 한은 금융통계팀 조사역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 종료를 앞두고 은행과 공적금융기관의 주택 관련 대출이 크게 늘고 판매신용도 연말 계절요인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공유형 모기지, 취득세 인하 등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책 영향으로 가계부채가 주택 대출을 중심으로 4분기에 빠르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부문별 대출 증가액을 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3분기 2조1000억원에서 4분기 8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4분기 증가액 가운데 6조7000억원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도 3조 6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으로 증가폭이 컸다. 연기금, 보험, 국민주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도 7조원에서 9조원으로 확대됐다.
가계 부채 증가는 경제 규모 확대와도 맞물려 있는 만큼 우려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소득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계의 소득 대비 빚 부담이 심각하게 커졌다. 실제 지난 2012년 말 개인 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부채 비율은 13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작년 6월말 기준으로는 이 수치가 137%로 더 악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이 지표는 2003년에는 107%였으나 카드 사태의 여진이 수그러들면서 2004년 103%로 떨어지고서 그 이후에는 주택담보 대출과 가처분 소득 증가의 둔화 등 요인 때문에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상승했다.
<가계신용(기말 잔액 기준)(증감액, 조원)>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