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웍스(Betaworks)’는 스타트업을 직접하며 엔젤투자를 병행하는 이른바 ‘컴퍼니빌더(Company Builder)’다. 컴퍼니빌더는 창업자의 이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실험하는 스타트업으로 벤처캐피털 산업을 혁신하는 새로운 시도로도 평가받는다. 베타웍스는 ‘차트비트’ 등 트위터 분석 서비스로 주목 받은 뒤 엔젤투자에 나서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소셜뉴스사이트 ‘딕닷컴’을 인수해 미디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분석 서비스와 엔젤투자, 미디어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컴퍼니빌더의 선두주자로 2008년에 창업했다.
-정진욱(글로벌뉴스부 기자)=굉장히 독특한 성격의 회사다. 베타웍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박지웅(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창업에서 현재까지 크게 3기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1기 모델은 실시간 소셜앱 분석툴을 만드는 회사다. 트위터 콘텐츠를 추적하고 분석하는 ‘차트비트’와 트위터용으로 짧은 인터넷주소를 생성하는 ‘비틀리’로 성공을 거뒀다. 엔젤투자에 집중한 2010년에서 2012년은 2기다. 이 시기 투자가 큰 성공을 거뒀다. 2012년 주주에게 보낸 편지에 성과가 드러난다. 주주에게 투자금의 두 배를 돌려주고 돈이 남았다. 지난해 미디어 사업을 시작하며 3기에 돌입했다. 소셜뉴스사이트 ‘딕닷컴’을 인수해 내부 서비스를 통합했다. 창업자가 타임워너 출신이라 미디어 사업에 대한 의지가 있다. 장기적으로 뉴스 생성에서 배포, 영향 측정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미디어 기업으로 발전하는 게 목표다.
-정진욱=컴퍼니빌더가 무엇인지 먼저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박지웅=공식적인 단어는 아니지만 해외 미디어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다. 컴퍼니빌더는 벤처캐피털(VC)과 마찬가지로 주주에게 자금을 조달하지만 스스로 창업을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 창업을 하고 수익이 나면 주주에게 돌려준다. 산업에 발을 담그고 현장을 누빈다. VC가 조력자라면 컴퍼니빌더는 실행자다. 투자 역시 단순 자금 지원이 아니다. 투자와 함께 창업자 수준으로 기업에 개입해 성장을 이끈다. 하나의 회사가 아니라 스튜디오 형태로 여러 회사를 만든다.
컴퍼니빌더는 특정 산업군을 관통하는 자기만의 철학이 있다. 이 철학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며 성공을 타진한다. VC가 30억원을 펀딩해 10개 회사에 투자한다면 컴퍼니빌더는 30억원으로 같은 철학을 가졌지만 분야는 다른 10개 기업을 만든다. 최근 소셜질문앱 ‘젤리’를 선보인 트위터 공동창업자 비즈스톤과 에반 윌리엄스도 일종의 컴퍼니빌더다. ‘소셜’이란 키워드로 정립된 자신만의 철학을 다양한 서비스로 구현한다.
-정진욱=베타웍스가 엔젤투자로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박지웅=특별한 비결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베타웍스 대표의 개인 네트워크가 도움이 됐다. ‘핫’한 기업에는 거의 다 투자했다. 투자한 기업이 잘 될 거 같으면 다른 관련 기업에 재빨리 투자했다. 그루폰에 투자한 후 다른 기업에 투자해 그 회사를 그루폰에 팔아 자금을 회수했다. 시기적으로도 좋았다. 그루폰, 징가 등이 상장한 기술 기업 활황기였다.
-정진욱=컴퍼니빌더 역시 외부에서 자금을 얻는다. 외부 투자자가 VC가 아닌 이들에게 돈을 주는 이유는.
▲박지웅=베타웍스를 비롯해 로켓인터넷, 어크레티브 등 대표 컴퍼니빌더 수익률이 기존 VC에 못지않다. 무엇보다 컴퍼니빌더에 대한 믿음이 크다. 우수 스타트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VC 선구안만큼 직접 현장을 누비는 컴퍼니빌더에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도 많다. 직접 창업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성이 투자자에게 어필한다. 컴퍼니빌더 대표 개인 역량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대부분 특정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후 자신만의 사업 철학을 정립한 인물이다. 이 사람의 경험과 성공 노하우도 신뢰의 바탕이 된다.
-정진욱=투자와 직접 창업을 병행하는 패스트트랙아시아(FTA) 역시 컴퍼니빌더 아닌가. FTA가 컴퍼니빌더를 표방하는 이유는.
▲박지웅=베타웍스는 FTA가 많이 연구한 모델이다. 베타웍스는 창업과 투자, 미디어 사업을 하고 있는데 FTA는 창업과 투자에만 관심 있다. 컴퍼니빌더를 지향하는 이유는 직접 회사를 만들어본 사람이 투자까지 병행하는 것과 투자만 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주특기가 확실하다면 직접 서비스를 만드는 게 성공할 확률이 높다.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며 관련 유망 서비스는 초기 투자로 엮는다. 엔젤투자로 ‘느슨하게 연결된 네트워크’를 만든다. 소프트뱅크가 구사하는 전략으로 투자 수익은 물론이고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 국내처럼 시장이 크지 않은 곳에서는 창업과 엔젤투자를 병행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진욱=한 사람의 철학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사업이다. 대표의 역량이 무척 중요할 거 같다.
▲박지웅=대표는 거의 만능이어야 한다. 투자만 잘해선 안 된다. 자금과 인재를 끌어와 처음부터 회사를 만들 역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하며 이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실제 로켓인터넷 대표는 전 세계 지사장과 매일 전화하며 진행 상황을 체크한다. 작은 거 하나 놓치지 않고 직접 모든 걸 챙겨야 한다. 회사 지원역량도 중요하다. 컴퍼니빌더는 껍데기는 바뀌지만 엔진은 동일하다. 핵심 엔진을 조직에 내재화해야 한다. 미디어 사업을 하는 베타웍스는 기획자와 데이터분석가란 내부 핵심엔진이 유기적으로 대표 활동을 돕는다.
-정진욱=FTA가 활동한지 2년이 지났다. 국내 대표 컴퍼니빌더로 지난 활동을 평가한다면.
▲박지웅=FTA의 철학은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상거래 서비스다. 그동안 이 철학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며 가능성을 타진했는데 큰 기회를 발견했다. 음식배달과 맞춤형 의류제작이란 오프라인 사업에 온라인 요소를 더해 인상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 오프라인에 온라인이란 점 하나를 찍었더니 구매 전환율이 급증했다. 창업하지 않고 VC 투자만 받았다면 이 정도 효율은 얻기 힘들었다. 앞으로 이 분야는 창업이든 투자든 FTA가 VC보다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진욱=베타웍스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까.
▲박지웅=영향력 있는 미디어 비즈니스 기업이 될 거다. 현재는 뉴스 생산에서 유통, 분석까지 전 과정을 다루는 기업이 없다. 베타웍스는 8년 이상 관련 경험을 쌓은 만큼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회사를 만들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컴퍼니빌더 활동도 계속할 전망이다.
-정진욱=컴퍼니빌더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박지웅=투자자 출신보다는 창업자 출신이 더 유리하다. 투자보다는 회사를 만들어 키우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철학이 중요한데 이를 만들기 위해선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5년 이상 특정 영역에서 성공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정진욱=베타웍스에서 배울 점은.
▲박지웅=그 자체로 혁신적인 시도다. 스타트업에게 투자하고 수익을 얻는 전통적인 VC산업을 바꾸는 시도다. 혁신 대상을 폭넓게 바라보면 기회가 있다.
박지웅 대표가 평가한 베타웍스
베타웍스 현황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