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방송시장 독과점 발생않도록 신중검토해야"···유료방송 후폭풍 불가피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수직계열화에 우려를 나타내 유료방송 시장 전반에 상당한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17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방송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이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방송채널을 늘리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소 프로그램 제공업체의 입지가 좁아져서 방송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있다”며 “방송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대기업의 유료방송 시장 독과점으로 인한 여론 독과점 우려, 콘텐츠 다양성 훼손 우려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는 발언 배경을 파악하는 한편 후폭풍을 염려했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래부와 방통위의 방송 콘텐츠 진흥과 규제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당장 MSO와 MPP의 행보는 상당부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래부가 추진 중인 MPP 매출이 전체 시장매출의 33%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49%로 늘리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사문화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후속 조치로 중소 PP의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가 강구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중소·개별 PP가 시장진입 기회 보장을 요구하며 의무 편성을 요구했다. 콘텐츠 다양성을 기치로 SO의 채널 선택권을 현재보다 축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외에도 SO와 PP 간 부당 거래의 처벌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CJ헬로비전을 비롯해 티브로드, 현대HCN 등 MSO와 MPP는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수직계열화를 위해 추진한 PP 계열사 확대는 속도조절이 불가피하게 됐다.

CJ그룹 계열인 CJ E&M이 18개, 태광 계열인 티캐스트가 10개, 현대홈쇼핑 계열사인 현대미디어가 5개의 PP를 소유하는 등 PP를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통령 발언이 대기업의 방송 콘텐츠 투자 효과와 중소 PP의 낙후된 경쟁력, 통신사업자에 의한 콘텐츠 거래 질서 붕괴 등을 간과한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와 함께 지상파(계열 PP 포함)의 콘텐츠 독과점으로 인한 다양성 훼손을 비롯, 방송 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 정책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들은 대기업의 콘텐츠 투자 효과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게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투자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콘텐츠 특성상 대기업의 지속적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한류 확산도 대기업의 콘텐츠 투자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중소 PP가 지상파 방송을 재탕하는 등 경쟁력이 낮은 게 사실”이라며 “중소 PP가 많다고 콘텐츠 다양성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내년 한미 FTA가 실행되면 PP에 대한 외국인의 간접투자가 100% 허용돼 규모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글로벌 메이저 콘텐츠 제작사와 유효한 경쟁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덩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 PP의 근본적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SO의 전체 운용 채널(홈쇼핑, 유료채널 제외) 중 35% 이상을 MSP 채널로 편성할 수 없도록 한 일몰제가 시행된 바 있다”며 “당시 중소 PP 경쟁력 제고와 콘텐츠 산업 활성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효과가 전무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 PP 중 독자적·차별적 콘텐츠 제작으로 전문 PP로 입지를 다진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 앞서 자칫 대기업 투자 위축과 중소 PP 고사가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휴대폰 보조금 과열경쟁과 관련해 세심한 제도보완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스마트폰 가격이 시장과 장소에 따라 몇 배씩 차이나고, 스마트폰을 싸게 사려고 추운 새벽에 줄까지 서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국민이 적정한 가격에 질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해 세심하게 제도를 보완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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