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속앓이 하는 풍력업계

풍력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신재생의무할당제(RPS) 대응을 목적으로 풍력발전을 계획하는 발전사업자나 시장 개화를 기대하며 사업에 뛰어든 풍력발전기 제조업계 모두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풍력발전 누적설치량은 600㎿ 내외로 수년째 제자리다. 1GW를 넘어선 태양광은 물론이고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연료전지보다 설치가 적다. 풍력사업 여건 악화로 업계는 발만 구르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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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업계가 고전하는 배경에는 규제라는 걸림돌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육상에서만 약 1.8GW에 달하는 풍력발전사업이 인허가단계에 묶여 있다. 문제는 인허가 관련 법규, 지침이 필요 이상으로 강력한 규제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풍력발전을 추진하려면 환경부, 산림청 규제의 벽을 넘어야 한다. 육상 풍력발전 가능지역이 대다수 산지에 한정되다 보니 환경부의 풍력발전 가이드라인과 산림청 관련 법안을 모두 만족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제조항을 넘어 사업을 추진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규제로 가득 채워졌다는 것이 업계 하소연이다.

사업을 못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규제라는 점을 청와대도 인식을 같이하고 규제 완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풍력산업 진흥을 전담하는 산업통상자원부도 이 문제로 부처 간 수차례 협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청와대의 중재도, 풍력발전에 관한 관련부처 협의도 성과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발전사업자와 풍력제조 업계다. 신재생발전을 해야 하는 의무는 짊어졌지만 사업 여건은 사실상 `불가능`이다. 원인은 전적으로 정책 엇박자에서 비롯된다. 육상풍력발전의 환경 훼손 가능성이 크다면 적절한 규제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풍력발전이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다면 산업부도 RPS 운영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상황을 빗대 `손발은 묶어두고 뛰어놀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하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두고 누가 엄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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