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기업 자회사 직원과 협력 업체가 저지른 사기 대출 충격이 크다. 2000억원대라는 규모도 그렇지만 5년 동안 전혀 발각되지 않은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단순 횡령을 넘어 은행까지 속인 사기여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해당 기업 내부 감시 시스템은 물론이고 금융권 대출 시스템에 큰 구멍이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이 구속한 KT ENS 직원 김 모 씨는 협력업체가 은행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허위 매출채권을 제공했다. 김 씨는 실제로 납품을 받지 않고도 그러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했다. 혐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협력 납품업체까지 사기에 가담한 셈이다.
놀라운 것은 이런 사기가 오랜 시일에 걸쳐 이뤄졌다는 점이다. 2008년 5월부터 최근까지 100여 차례나 사기 대출을 했는데 그간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그것도 재무 담당자가 아닌 직원의 짓이다. 일상적인 업무 처리로 여기고 확인 작업조차 없었다는 얘기다. KT ENS는 업무 처리 과정 전반을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금융권이 이런 사기극에 놀아났다는 점이다.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이 대출 한번 받을 때에도 수많은 증빙 서류를 낸다. 이런 서류도 철저히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게 은행이다. 이런 은행이 달랑 매출채권 뿐인 위조 서류를 보고 아무 확인 작업 없이 대출을 해줬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대기업 계열사라고 확인 절차를 등한시한 것은 아닌가 의심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분노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현재로선 은행 직원의 공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라리 공모라면 다행이라 여길 정도로 이 사건에 대한 금융 소비자 시선이 따갑다는 점을 금융권은 잘 새겨야 할 것이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포함해 기업 범죄에서 외부보다 내부인 소행의 심각성이 더해지는 양상이다. 기업 활동이 투명해지면서 내부 범죄 발생 여지가 없어졌지만 허점은 늘 있기 마련이다. 횟수는 적어져도 사고 규모는 되레 커질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에 이런 일이 생기면 자칫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기업마다 철저한 비리 예방 교육과 시스템 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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