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기술과 미디어 융합 선구자` 이재현 서울대 교수

“융합은 인문학적 상상력이 중요합니다. 필요한 기술은 이미 널려 있습니다. 세상에 있는 기술을 어떻게 조합해 창의적인 상품을 만드느냐가 중요한데 결국 상상력입니다. 아이디어가 번뜻이는 상상력은 역사·철학·문학과 같은 인문학 지식이 전제돼야 합니다.” 이재현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52)는 “공학적인 지식에 인문학적 소양을 배합할 때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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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 전공은 미디어다. 미디어는 사회과학, 넓게 보면 인문학 영역이다. 하지만 전공 못지않게 공학에 관심이 높다. 소프트웨어 코딩을 개발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엔지니어 못지않게 기술과 친숙하다. 미래 미디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알아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융합`을 뉴미디어 시대의 키워드라고 이야기합니다. 흔히 인문학은 사람을 중심에 놓지만 뉴미디어에서는 사람 뿐 아니라 기술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기술이 어떻게 문화를 바꾸고 소비 형태에 변화를 주는 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시장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사람을 이해해야 기술 진화 방향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기술과 미디어, 따져보면 경계가 흐릿한 영역이고 완전히 독립돼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결국 중립적인 기술은 없다는 뜻이다. 기술 겉모습은 중립적이더라도 쓰는 것은 인간이기에 중립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시스템이 갖고 있는 각기 다른 모습도 시스템을 만든 인간의 가치가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이 인터넷 쇼핑의 여러 단계를 싫어하는 고객 심리를 간파해 `원 터치` 구매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그래서 “같은 현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기 위해서는 미디어 전문가도 기술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뉴미디어 중에서도 기술 문화에 관심이 높다. 뉴미디어와 기술을 융합한 `소프트웨어 문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컬처`는 뉴미디어에서도 이제 막 태동하는 분야입니다. 공학자가 상품을 만들고 일반인이 이를 쓰는데, 만들고 파는 사람에 대해서는 수많은 성과가 있지만 정작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지에 대한 연구는 없습니다. 전자신문에 연재하는 `미디어 공명읽기`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디어 공명읽기는 과거를 통해 현대적인 서비스와 상품을 조명해 보자는 아이디어입니다. 트위터·아이폰 등이 가장 최첨단 기술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과거에도 다소 조악하지만 비슷한 기술이 있었습니다. 다른 점은 기술 진보에 따른 효율성과 속도입니다. 결국 역사와 전통을 제대로 알 때 지금의 기술과 문화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언론학을 전공하고 KBS를 거쳐 1995년부터 충남대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해 2006년부터 서울대 강단에 서고 있는 미디어 전문가다. 한국언론학회 이사와 기획위원장을 거쳤으며 미디어 현장에서도 직접 뛴 흔치않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신문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신문과 같은 올드 미디어가 위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미디어를 소비하는 행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비하는 방식과 형태가 달라지고 있을 뿐입니다.” 이 교수는 “언론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며 “대신에 가치 있는 정보 제공 여부가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기존의 뉴스 콘텐츠 판매에서 벗어나 언론사만이 가질 수 있는 심층 데이터로 경쟁하라는 당부다. 차별화한 뉴스 생산자가 되면 살아남는데 단순 종이 신문 장사는 힘들어진다고 힘 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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